[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형 재정준칙, 현대통화이론과 뭐가 다른가

입력 2020-11-01 17:51   수정 2020-11-02 10:00

기획재정부가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좀처럼 논란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갑작스럽게 유튜브에 등장해 재정준칙 개인 교습까지 해봤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여당과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자동 폐기될 것이라는 시각마저 나온다.

재정준칙을 뜬금없이 발표한 그 자체부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정지출이 급증하는 추세에서 국가채무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주무부서인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점을 들어 재정이 건전하다고 반박해왔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비상 국면을 맞아 재정 역할을 유독 강조하던 정부가 난데없이 재정준칙을 발표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유럽중앙은행(ECB), 심지어는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코로나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재정 면에서 폭주 열차를 주문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기 전에 재정지원이 끊기면 경제와 증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그렇더라도 재정준칙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강도 높은 재정 건전화 의지를 담아 진정성이라도 보였어야 한다.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다면 ‘무늬만 준칙’ ‘맹탕 준칙’이란 비판과 함께 테크니컬 디폴트에 빠져 있는 아르헨티나가 뒤늦게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해 ‘방만한 재정지출의 면피용이 아니냐’는 국민의 원성을 받는 것과 같은 처지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서 ‘준칙(rule)’을 도입하는 것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자유 재량적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때문에 첫째, 법적 근거는 가능한 한 최상위법에 둬야 하고 둘째, 관리기준은 엄격히 규정·적용해야 하며 셋째, 위반 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전통적인 통화론자(현대통화론자와 구별)가 주장하는 통화준칙의 경우 물가 목표치를 2%로 설정했을 경우 기준물가 상승률이 목표선을 웃돌면 금리 인상, 밑돌면 금리 인하를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케인지언이 주장하는 중앙은행의 자유 재량적 여지를 배제시켰다.

‘3대 요건’ 중 한국형 재정준칙은 첫 번째 법적 근거 요건부터 법률체계상 하위에 속하는 ‘시행령’에 두고 있다. 기재부는 시행령도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재정준칙을 도입한 170개국 중 70%가 넘는 국가가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두 번째 요건인 관리기준도 ‘and’와 ‘or’ 중 어느 것이 더 엄격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한국형 재정준칙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내로 하되, 두 기준 중 하나만 요건을 맞춰도 가능하도록 했다. 어느 한 기준이 초과하더라도 다른 기준이 밑돌면 문제없다는 시각이다. 오히려 두 기준 중 어느 하나라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엄격성’에 부합된다.

세 번째 이행 요건에서도 재정의 하방 경직성을 감안하면 선제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지금부터 이행해야 하는 ‘시급성’이 따라야 하지만 한국형 재정준칙은 2025년에 가서야 적용한다고 해 ‘많이 써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준칙’과 같은 법과 종전에 배웠던 이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애브노멀’ 시대를 맞고 있다. 뉴노멀과 뉴애브노멀 시대에서는 재정준칙보다 현대통화론자(MMT)의 주장이 중하위 계층일수록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빚내서 더 쓰자”로 상징되는 현대통화이론은 엄격히 따지면 현대재정이론이다. Fed는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무제한 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선상에서 재정정책도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빚내서 더 쓰겠다’고 솔직하게 호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증세를 통한 재정지출’에 피로가 많이 쌓인 국민에게 보다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주주 양도차액 과세 방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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