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교도소서 봤지만 감흥 없었다" 반성없는 이춘재

입력 2020-11-02 17:03   수정 2020-11-02 17:26


부녀자 14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됐던 이춘재가 재판 증인으로 2일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 지하주차장에는 이춘재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도착했다. 이춘재는 역대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경기 화성 지역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뒤늦게 밝혀진 뒤 이날 처음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춘재는 이날 오후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8차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에 대해 증언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당시 13세였던 A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애초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성여(53)씨는 20년 복역 뒤 2009년에 가석방됐다. 윤씨는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후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하자 윤씨는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법정에 선 이춘재는 1980년대 화성과 충북 청주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14건에 대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은 자신이 맞다"고 진술했다. 또 "영화 '살인의 추억'을 교도소에서 봤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고 했다.

이춘재는 "연쇄살인사건이 영원히 묻힐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당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용의선상에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언젠가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의 DNA를 채취해갔는데 이 때문에 경찰에서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범행 당시 현장에 대해 은폐라든지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DNA 채취하고 금방 경찰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은 바로 찾아오지 않았고, 그 때문에 잊고 있었다"고 했다.

이춘재는 당시 수감 돼 있던 부산교도소에 경찰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재수사 과정에서 가족이 생각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가족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면회를 오거나 전화 통화를 걸어왔으나, 범행 자백 후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이춘재는 "당시 경찰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려고 했으나 프로파일러 때문에 진술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파일러인줄 모르고 (경찰이) 여자 형사를 만나보라고 했다"라며 "처음에 안 만나려고 했는데 (프로파일러와)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자백하기로 마음먹고 털어놨다"라고 밝혔다.

이춘재는 "어린 시절부터 전반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라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이 있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그는 "(경찰은) 연쇄살인사건 10건 중 9건(8차 사건 제외)에 대해 진술하라고 했는데, 그걸 빼고 진술하면 진실이 될 수 없어서 범행 모두를 자백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춘재가 조사 당시 여성 프로파일러의 손을 잡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왜 프로파일러의 손을 만졌냐'라는 질문에 그는 "손이 예뻐서 그랬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라고 했다.

이날 이춘재는 푸른색 수의에 짧은 머리, 흰색 마스크를 쓰고 증인석에 자리했지만 실물은 공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의 이춘재 실물 촬영 요청에 대해 증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춘재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붙잡혀 1995년 7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해 8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해 이춘재에게 자백을 받아냈다. 이춘재는 1989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모두 14건의 살인과 9건의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살인죄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돼 처벌을 받지 않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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