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트럼프, 폭동 진압법 발동할까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0-11-03 06:58   수정 2021-02-01 00:02


‘오는 4일(현지시간) 오전 2시30분. 전국 현장투표 개표 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난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선거 승리를 선언하고, 우편투표의 추가 개표 중지를 명령한다. 대기 중이던 백인 무장 민병대는 거리로 나와 민주당 시위대와 격돌한다. 트럼프는 즉각 폭동진압법을 발동한다. 바이든과 민주당이 소송을 제기하지만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손을 들어준다. 혼란이 지속된다.’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전망한 대선 이후 시나리오를 조금 각색한 것입니다. 루비니 교수는 이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면서 “뉴욕 주가가 10%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선 투표일을 직전에 둔 미국은 폭풍 전야와 같습니다. 증시와 언론 모두 대선만 쳐다보고 있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뒷전인 느낌입니다. 이번 대선이 그 만큼 미국 및 세계 역사에서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이죠.

3일 밤엔 미 대선 결과를 밤새워 기다리는 사람이 미국인들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아래는 한국경제TV와의 아침 인터뷰 내용입니다.
<질문1> 오늘은 미 대선과 함께 상·하원 의원이 새로 선출되죠. 현재 예상 시나리오는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이번에 대통령과 함께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많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석권할 수 있습니다.

대선이 가장 중요한데 바이든이 우편투표에서 앞서는 게 확실하기 때문에, 3일 현장 투표에서도 이길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어느 한 쪽이 대선 불복을 선언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더 높아 보입니다. 잠깐 산수를 해보자면, 미국 인구가 3억2800만 명, 이 중 만 18세 이상 시민권자가 2억5500만 명인데요, 등록 유권자는 약 2억1000만 명입니다. 현재까지 9700만 명 넘게 사전투표(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가 운영하는 미국 선거 프로젝트 기준)를 했으니 사전투표율은 46% 정도 됩니다.


그런데 올해 실제 투표할 사람을 1억50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거든요. 64%가 이미 대통령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문제는 우편투표가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는 건데요, 우편투표한 사람이 현장투표를 또 할 경우 이걸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중간에 표가 분실될 가능성도 있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걸 믿지 못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를 했습니다. 또 선거일 이후에 도착하는 표도 상당할 게 확실하구요.

그래서 3일 현장투표 개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앞설 경우에 재빨리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바이든 후보가 불복 선언을 할 겁니다. 2000년에 그랬던 것처럼 12월이 돼서야 연방대법원 판결로 당락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2000년엔 12월 12일 대법원이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 손을 들어줬고, 엘 고어 후보가 승복해서 일단락 됐습니다. 당시 다우 지수는 선거일 이후 고어의 승복 선언 때까지 7% 넘게 하락했습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가 6명, 진보가 3명으로 구성돼 있거든요, 친(親)트럼프 쪽이 압도적인 만큼 현장·우편투표 합산 결과 바이든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더라도 끝까지 가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장 및 우편투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이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내 경합주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6개가 있는데 이걸 대부분 트럼프가 석권하면 전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4년 전에도 경합주를 가져가서 백악관에 들어갔거든요. 미국은 선거인단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전체 유권자 표심보다, 표가 많은 플로리다 같은 지역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합니다.

다만 트럼프가 이기고 상·하원을 민주당에 내주면, 상당한 정치적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증시엔 역시 부정적입니다. 반대로 바이든이 이기고, 상원이나 하원을 공화당에 내줘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2> 무엇보다 바이든과 트럼프간 경제 정책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조세 정책이죠.
그렇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증세를 공약했습니다.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올려서 향후 10년 간 2조3000억달러에서 4조달러를 더 거둬들이겠다고 했습니다. 법인세율이 현재 평균 21%인데 이걸 28%로 올릴 계획입니다. 또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높이겠다고 했는데요, 이건 트럼프 행정부 이전으로 원상복귀하는 겁니다. 기업과 고소득자한테서 추가로 징수한 세금을 중산층 지원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쓰기로 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감세를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2017년 집권하자마자 법인세율을 당시 35%에서 21%로 확 낮췄거든요, 이걸 추가로 1%포인트 낮춰서 평균 20%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증세 계획이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일자리와 투자를 줄이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조세 정책 때문에 경제·금융계에선 당초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했었는데요, 정치 상황이 워낙 혼란스럽다 보니, 역학 관계도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질문3>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 불복 가능성인데요. 이런 불확실성은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내가 세계 패권국의 리더”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두 명 나오고, 혼란이 2~3개월 지속되면 그동안 우려했던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이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겨울 추위가 다가오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미국 유럽 등지에서 급증하고 있거든요. 정치 혼란이 증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닥터 둠(doom)’으로 불리긴 하지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선거 분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뉴욕 주가가 10% 떨어지고 금값은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진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수 주 또는 수 개월 간 최악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도 “이번에 하락장이 찾아오면 내 78년 인생 중 최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반대로 개표 결과 한 쪽이 압도적 승리를 거둬 혼란이 조기 수습되면 증시가 추가 상승 동력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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