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확대' 유예한다며 시장 상황 보고 결정한다니…왜?

입력 2020-11-03 11:39   수정 2020-11-03 13:54


당·정이 장고 끝에 내년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이다. 세법상 3억원 이상으로 넓히기로 돼 있는 일정을 2년간 유예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당·정은 이를 확정·발표하는 건 "증시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예 방침이 없던 일이 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연히 발표 시점도 특정하지 못했다. 재산세 인하 방안은 '이번주 내'라고 특정한 것과 대비된다. 대주주 관련 발표는 빨라야 다음주로 예상된다.

정부는 왜 시장 운운하며 대주주 확대 유예 확정을 미적대는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대주주 기준 확대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라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19대 대선 공약집을 보면 경제민주화 분야의 '조세정의 실현' 과제로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가 명시돼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기본 원칙에도 불구하고 주식 앙도세는 전체 주주의 1%도 안 내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공약은 바로 이행됐다.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춘 게 2017년 현 정부 첫 세법 개정안의 작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주주 확대 계획을 철회하면 금융소득 과세 강화라는 공약 정책을 뒤집는 꼴이 된다"며 "이를 정당화하려면 중대한 상황 변화 같은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 내내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며 대주주 확대 계획을 철회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주식 양도세는 2023년 전면 과세가 예정돼 있다. 대주주 여부를 볼 것도 없이 양도차익이 5000만원 넘는 모든 주주에게 양도세를 물리기로 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정당한 근거와 명분 없이 대주주 확대를 취소했다가는 2023년 양도세 전면 과세마저 흐지부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정이 시장 상황을 봐 가며 대주주 관련 대책을 확정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만약 증시 시장 불안과 주가 하락이 심해지면 '시장 안정'이란 명분을 들어 대주주 기준 확대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 정도의 '중대한 상황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5월 26일 2000원선을 탈환한 이후 단기 조정을 받는 기간도 있었지만 꾸준히 상승했다. 이달 2일엔 2300원선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다행히(?) 앞으로는 미국 대선이란 '리스크 요인'이 있다. 외신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지더라도 결과에 불복하고 '남북전쟁급' 혼란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 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대주주 확대 유예를 확정하겠다는 게 당·정의 계산이다.

만약 미 대선 결과 등에 주식 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 발표 시점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조금만 커져도 이를 빌미로 결국엔 대주주 확대 유예를 관철시킬 확률이 크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민심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는 최대한 제거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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