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건축 포기 속출…'알짜 단지' 다 빠졌다

입력 2020-11-03 16:27   수정 2020-11-11 18:45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 방안으로 내세운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공공재건축)’ 사업이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용산구 한강맨션 등 사업성이 좋은 단지들이 잇따라 ‘참여 불가’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어서다. 해당 단지들을 제외하면 상징적인 의미도 적고 규모도 작아 사업흥행에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강맨션, 청량리 미주도 ‘불참’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강맨션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며 “언론 등을 통해 허위사실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민·형사상 방법을 총동원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앞둔 상황에서 공공재건축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기관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강맨션을 포함해 총 15개 단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운영하는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을 신청(지난 9월 말 기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강맨션은 새 조합장 선출을 앞두고 있어 내부적으로 경쟁과 혼란이 큰 상황”이라며 “사전컨설팅에 대해 조합원들의 반감이 예상보다 세자 신청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총 660가구 규모인 한강맨션은 ‘전통 부촌’인 동부이촌동 한강변 노른자위에 자리잡은 중대형 아파트다. 단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남쪽으로는 한강을, 북쪽으로는 용산공원을 끼고 있어 상징성이 큰 단지다.

사전컨설팅 신청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도 거센 조합원 반발에 부딪혀 일찌감치 포기를 선언했다. 규모가 세 번째로 큰 동대문구 청량리 미주아파트(1089가구)도 지난주 사전컨설팅 철회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이들 단지는 조만간 LH에 철회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당초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15개 단지의 가구 수는 1만3943가구였다. 4개 단지가 빠지면 3840가구로 쪼그라들게 됐다.
공공재개발, 예상밖 흥행
공공재건축은 ‘8·4 부동산 대책’에 따라 공공주택 기부채납을 늘리는 대신 용적률 혜택 등을 주는 방식이다.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50층으로,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일 수 있다. 다만 늘어나는 용적률의 50∼70%를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해 “간섭만 받고 남는 건 없다”는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은마아파트 소유자협회는 공공재건축을 할 경우 조합원 1인당 11억원가량의 손해(땅값을 3.3㎡당 1억5000만원으로 가정)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대어급 사업장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공공재건축 사업 흥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현재 공공재건축에 의지를 보이는 곳은 5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들이다. 공공재건축을 통해 향후 5년간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치를 채우기에 역부족이다. 시장 호응이 적자 당정은 최근 선도사업지에 기부채납 비율을 최소화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달 중 각 조합에 컨설팅 결과를 통보하고 심층컨설팅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4일 공모신청을 마감하는 공공재개발은 공공재건축과는 달리 뜨거운 분위기다. 지난 2일 기준 31곳이 공모 전 단계인 참여 사전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미 공모신청을 한 용산구 한남1구역, 동작구 흑석2구역, 성북구 장위 9구역을 포함해 30~40곳이 최종 공모신청을 할 것으로 정비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공모신청을 한 단지 조합원은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예상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여 다른 단지보다 빨리 동의율을 채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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