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인수 비싸다?…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직접 답했다

입력 2020-11-04 09:38   수정 2020-11-04 09:56


10조3000억원(90억달러) 규모의 거래인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와 관련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D램과 낸드 간 균형 잡힌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석희 사장은 4일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전화회의(컨퍼런스콜)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인수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계획 등에 대해 언급했다.

이석희 사장은 "SSD 기술력과 제품 포트폴리오의 신속한 확보를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 D램과 낸드플래시 간 균형 잡힌 사업구조를 갖출 계획"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창출되는 시너지가 고객과 협력사를 포함한 글로벌 ICT 산업뿐 아니라 주주, 지역사회, 구성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텔과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은 상호 보완적으로 SSD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제고한다"며 "향후 3년내 자생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5년내 낸드 사업의 매출을 3배 이상 늘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 1차 클로징으로 인텔 SSD IP와 기술, 제품 세일즈 역량을 확보해 즉각적인 낸드 매출과 수익성 증대가 예상된다"며 "2025년 3월까지 인텔이 다롄팹 기술개발을 담당하고 2·3세대 이상 공정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D램에 지나치게 집중된 매출 구조를 다양화 시키고 낸드플래시 기술 강화를 통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는 시장점유율 기준 세계 2위지만,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4위다. 이번 인수를 통해 낸드 분야에서도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이석희 사장의 컨콜 참석은 대형 M&A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문부호를 제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석희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인수합병(M&A) 주역이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인텔에 재직한 '인텔맨' 출신이다. 이번 M&A에도 인텔 출신인 이석희 사장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사장이 컨콜에 나서는 건 2012년 3월 SK하이닉스로 사명을 바꾼 이후 처음이다. 해외에선 CEO가 컨콜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내 풍토는 대부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인수금액이 다소 비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자 대비 이익도 적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텔의 메모리 사업부는 수조원을 투자했음에도 2016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낸 곳이어서다. 낸드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자가 많아졌고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인텔 낸드사업부문(옵테인 포함)의 2019년 기준 지난 3년간 누적 영업이익률은 -11.8%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성장성에 한계가 있던 점을 감안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낸드사업 매각에 급급했던 인텔의 처지를 더 유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었다는 논리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석희 사장은 이번 컨콜과 함께 최근 공식석상에서 인수금액이 적절한 평가를 통해 책정됐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이석희 사장은 최근 열린 '제13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한국이 공정 중심이라 그런지 모르는데, 인텔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솔루션 역량이나 무형자산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내린 가격이며,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SK하이닉스 솔루션 역량을 강화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갖추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인수였다"며 "SK하이닉스는 모바일 낸드에 강점을 지니고, 인텔은 서버용 낸드 분야 강자인 만큼 서로의 포트폴리오가 잘 들어맞는다. 당분간 인위적인 통합 없이 서로의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인텔 낸드플래시 인수는 SK하이닉스에 호재라는 입장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진입장벽이 높은 하이퍼 스케일 SSD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인텔 역시 기술 변화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최소한 3위권 이하 업체들과는 높은 기술 격차를 갖고 있다. 기존 업체 간 M&A로 공급과잉 문제 해소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석희 사장은 이날 SK하이닉스의 ESG 경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급격한 기후변화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최근 RE100에 가입, 2050년까지 소비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DD 대비해 일반 SSD는 50%, 저전력 SSD는 94% 가량 전력 소모가 적기 때문에 전 세계 데이터센터 중 HDD 스토리지가 모두 저전력 SSD로 대체되면 4100만톤(t)의 이산화탄소가 절감돼 약 4조2000억원 이상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며 "향후 SSD 전환을 가속화함으로써 이산화탄소 절감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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