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관을 한 지역에서 5년 이상 일하게 하는 '법관 장기근무제도'가 내년 법원 정기인사에서 본격 시행된다. 재판의 연속성·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2014년 법관들의 지역계속근무제도가 폐지된 지 6년만이다. 다만 아직까지 판사와 토착 세력과의 유착을 막을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향판(鄕判)' 부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법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장기근무 기간은 서울권 5년, 경인권 7년, 지방권 7~10년으로 정해졌다. 이 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장기근무를 해제하거나 다른 법원으로 이동할 수 없다. 다만 장기근무 중 해외연수나 휴직 기간은 근무 기간에 포함된다.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 장기근무 법관은 지방권 근무 여부, 과거 근무 기간 등을 고려해 뽑는다.
지방권에서 근무 중인 한 판사는 "벌써부터 서울·경인권 근무에 관심을 보이는 주변 동료들이 많다"며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서울 중앙지법은 후보에서 빠질 줄 알고 있었고, 서울 남부는 일이 많아서, 북부는 교통이 불편해서 넣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이외 생활근거지와 근무 법원간 거리, 가족 동거 여부 등을 고려해 장기근무 법관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단 임용성적이나 순위 등은 선정기준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법관과 지역 토착 세력과의 유착을 막을 예방책이다. 지난 9월 진행된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8차)에선 "장기근무제도 시행 시 법관의 책임을 강화할 방안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법관인사분과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언제까지 끝내 향판 부활을 막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지난 회의에서 회부를 지시했으니 논의를 진행한 뒤 결과가 나오면 자문회의에 보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 지역계속근무제가 폐지된 이유는 고작 몇 십일 노역으로 막대한 액수의 벌금 납부를 대신할 수 있게 했준 '황제노역' 등의 판결 때문이었다”며 “장기근무제도를 시행한다면 법관의 윤리성 등을 보완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제노역 사건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벌금 245억여원을 50일 노역으로 탕감받은 사건이다. 당시 판결을 맡았던 광주고법 부장판사는 대주그룹과 아파트 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 큰 비난이 일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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