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前 부시 vs 고어 '재검표' 논란…투표 36일 만에 확정

입력 2020-11-04 17:25   수정 2020-11-05 15:39

미국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에 걸린 선거인단은 29명에 달한다. 플로리다의 위력은 2000년 대선 때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플로리다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보다 단 537표를 더 얻었다. 부시는 이 덕분에 총 득표수에선 뒤졌지만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해 대통령이 됐다.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의 537표로 결정된 셈이다.

당시 고어 후보는 선거 다음날인 11월 8일 오전 2시30분께 미국 방송사들이 부시의 당선을 선언하자 축하 전화를 걸어 승복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플로리다에서의 격차가 0.05% 이내로 줄어들면서 고어 측은 오전 4시께 승복을 철회했다. 이후 고어는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를 요구했고, 미국에서는 한 달 넘게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지게 된다.

플로리다 주의회 특별위원회는 당시 부시와 고어 간 법정 공방이 계속될 경우 의회 차원에서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임명을 검토하기 위한 특별회기 소집을 요구하는 동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플로리다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한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특별위원회에서 표결을 통해 특별회기 개회 요구 동의안을 통과시켰으나 민주당 측은 위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등 양측의 싸움이 격화됐다.

이후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12월 8일 무효표 논란을 빚은 표들을 즉각 수작업 재검표하는 한편 다른 카운티의 ‘논란표’도 재개표하도록 판결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또 팜비치 카운티가 수검표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정부 집계에 반영하지 못한 215표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부분적 수검표로 집계된 168표도 고어 후보의 득표에 포함시키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부시와의 격차는 당초 537표에서 154표로 좁혀지게 됐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나흘 뒤인 12일 연방대법원이 재검표를 최종 기각하면서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다음날인 13일 고어 후보는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투표가 끝난 지 36일 만의 일이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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