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가 투표 다음날인 4일 새벽(현지시간)까지도 확정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주요 경합주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에서 승리하고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다른 경합주에서도 개표 중반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등에서 우편투표 개표가 늦어지고 있어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AP통신은 “바이든과 트럼프가 주요 경합주에서 막상막하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한국시간 오후 6시) 기준 바이든이 238명, 트럼프 대통령이 21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으며 87명을 놓고는 경합 중이다. 미 대선은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승리할 수 있다.
아직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곳은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역)인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과 남부의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서부의 네바다(6명), 알래스카(3명) 등 7곳이다.
이 중 네바다만 바이든이 우세하고 나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다. 판세가 이대로 굳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29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재선에 성공한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은 각각 64%와 79%만 개표한 상태라 아직 승패를 결정짓긴 이르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는 94%가량 개표했지만 득표율 차이가 1~2%포인트 수준이다. 위스콘신은 94% 개표 기준 트럼프가 3.6%포인트 우세다.
게다가 펜실베이니아는 6일, 네바다는 10일, 노스캐롤라이나는 12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를 받는다. 개표율과 우편투표 결과에 따라 판세가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예컨대 바이든이 지금 판세에서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까지 이기면 27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리할 수 있다. 우편투표엔 민주당 표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언론들이 “아직 누가 승자인지 알기엔 너무 이르다”며 최종 승자 확정까지 며칠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중단’이 뭘 의미하는지 분명히 하진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우편투표를 “사기”라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투표일인 3일 이후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대선 승리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모든 개표가 끝날 때까지 대선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경합주에서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전에 들어갈 경우 대선 승자 확정이 장기간 미뤄지면서 극심한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트럼프 지지층과 바이든 지지층이 충돌하는 불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트럼프 조기 승리 선언→우편투표 개표 중단 명령→우파 민병대와 좌파 시위대 충돌→트럼프, 폭동진압 내란법 발동→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승소’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매사추세츠, 텍사스, 오리건주 등은 대선 후 폭력시위 등에 대비해 주 방위군을 동원했거나 대기명령을 내린 상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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