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시나리오'에도 폭등한 뉴욕 증시, 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11-05 08:06   수정 2021-02-03 00:03


올해 미 대선은 여론조사 업체들이 어느 정도 맞춘 것 같습니다.

3일(미 현지시간) 치러진 미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사실상 굳어졌습니다.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약진했죠. 하지만 이건 예상되어온 일이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나선 현장투표부터 개표하거든요. 이 때문에 중부 '러스트벨트'의 경합주인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은 한 때 크게 뒤졌습니다. 펜실베이니아는 개표율이 50% 수준일 때 15% 포인트까지 벌어졌지요.

하지만 우편투표함이 속속 도착하자 표차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엔 아무래도 농촌 지역의 개표가 빠르고,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의 개표가 늦습니다. 이 때문에 초반 트럼프 지지표가 쏟아졌지만 도시 지역 개표와 우편투표 개표가 본격화되자 바이든 후보가 승부가 걸린 중부에서도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승부는 위스콘신이 먼저 뒤집히고, 미시간에서 역전이 되면서 확 바뀌었습니다. 바이든은 위스콘신에서는 도시 지역인 메디슨, 밀워키에서 역전을 일궜습니다. 미시간에서도 마찬가지로 디트로이트 주변에서 민주당 몰표가 쏟아져 한 때 16만 표까지 벌어졌던 표차이가 현재(오후 5시) 바이든이 7만 표 이상 앞섰습니다.

언론사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 미시간 확보로 선거인단 264명(미 동부시간 오후 8시 기준)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6명만 추가하면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하게 됩니다.(트럼프는 아직 214명입니다)



현재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는 네바다의 선거인단이 6명입니다. 네바다만 얻으면 끝난다는 얘기입니다. 네바다는 투표율 86%에 차이가 8000표에 불과하지만 남은 표가 대부분 라스베이거스와 리노 등 대도시 주변에서 나온 표입니다. 8대2 혹은 7대3 수준의 민주당 몰표가 쏟아진 곳이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바이든의 역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현재 펜실베이니아에서 35만 표인데, 세지 않은 우편투표가 140만 표에 달합니다. 그래서 바이든 캠프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고요. 폭스TV에서도 바이든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도 둘 다 10만 표 안쪽에서 트럼프가 앞서고 있는데, 남은 표는 대부분 애틀랜타 등 도시 주변 및 우편투표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3일자 소인만 있으면 오는 12일까지 유효표로 간주해 개표합니다.

불리함을 느낀 트럼프측은 벌써 소송전을 시작했습니다. 위스콘신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고,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개표를 중단해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젯밤 나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민주당이 운영하거나 지배한 많은 핵심 주에서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놀랄 만한 투표용지 더미가 개표되면서 이 우위는 하나하나씩 마법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매우 이상하다"며 고 우편투표가 사기라는 식의 주장을 했습니다.


결국 예상대로 우편투표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면서 자신에게 정치헌금 100만 달러를 기부한 사업가 루이스 디조이를 연방우체국장에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디조이는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우체국내 초과근무 등을 금지했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민주당이 부양책을 통해 요구해온 우체국 예산 증액을 거부해왔습니다.

이 결과로 우편투표가 느리게 도착하거나 일부는 아예 선관위에 배달이 되지 않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CNBC에 따르면 경합주들에서 3일까지 개표 장소에 도착한 우편투표함이 80%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만약 이 투표함들이 정상적으로 도착하고, 개표된다면 지지율 10%포인트는 몰라도 바이든 우세를 점쳤던 여론조사 업체들의 관측이 대체로 정확할 수 있습니다.

상원의 경우 현재 48대 47로 공화당이 이기고 있습니다. 남은 5개 선거구 가운데 3대 1로 공화당이 앞섭니다. 조지아의 한 곳은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어 결선투표를 치러야합니다.
확률은 높진 않지만 50대 49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결선투표가 이뤄지는 내년 1월5일까지 상원 다수당이 어느 당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개표가 시작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가자 4일(현지시간) 금융시장에선 ‘블루 웨이브’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고 금리는 폭락했습니다. 증시에선 기술주가 오르고 소형주와 금융주 등이 급락했습니다.

몇 시간 뒤 바이든이 역전하자 이런 흐름은 약간 흔들렸지만, 대신 민주당의 상원 탈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대체적인 방향성은 유지됐습니다.

뉴욕 증시에서 이날 다우 지수는 367.63포인트, 1.34% 오르는 데 그쳤지만 S&P 500 지수는 2.20% 상승했고 나스닥은 무려 3.85% 급등했습니다. 기술주들이 줄줄이 폭등하면서 장중 5%가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백악관, 상원은 공화당이 가져가는 상황은 당초 월가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던 상황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를 '베어리시 그리드락'(Bearish Gridlock)이라고 부르면서 부양책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었습니다. 또 다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최대 20%까지 조정 받을 수 있다고 봤죠.

하지만 이날 뉴욕 증시가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기술주가 장세를 이끈 배경은 뭘까요? 네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 정치적 불확실성 감소
월가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만 줄어도 증시는 무조건 오를 것이라고 봤다"며 "시장은 초반에 트럼프 승리, 지금은 바이든 승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게 증시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이 미시간, 위스콘신, 네바다 등에서 역전하는 걸 보고 펜실베이니아 개표 결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우려했던 폭력사태 등도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② 민주당 주도 '증세 + 규제 강화' 어려워졌다
월가 관계자는 "공화당의 상원 지배로 부양책 규모는 줄어들 수 있지만 덩달아 증세나 규제 강화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며 "증시는 분열된 정부의 긍정적 측면을 더 많이 감안하는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이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규제의 칼날을 겨눴던 기술주들은 이날 폭등했습니다. 알파벳은 6.09%, 마이크로소프트는 4,82%, 애플 4.08%, 페이스북은 8.32% 급등했습니다.

공화당의 상원 지배로 민주당이 추진해온 법인세 증세가 쉽지 않게됐고 반독점 등 규제 강화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부양책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기술주 전반엔 긍정적입니다. 막대한 투자자금을 빌려써야하는 상당수 기술주들에게 금리 하락은 좋은 일입니다.

또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등이 종사자를 근로자가 아닌 독립사업자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한 주인제안이 통과되면서 우버와 리프트 주가가 10%를 넘게 폭등한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블루 웨이브' 수혜주로 꼽혔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주와 인프라딜 관련 산업재와 소재주, 그리고 금리 상승 수혜주인 금융주는 강한 시장 상승세 속에서도 급락했습니다.
③ 미국엔 Fed가 있다
공화당이 상원을 가져가면 부양책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월가에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할 경우 추가 부양책 규모가 1조5000달러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민주당은 2조2000억 달러를 추진해왔고, 블루웨이브가 발생할 경우 2조5000억 달러까지 증액될 것으로 봐왔습니다.

이 때문에 국채 금리는 폭락했습니다. 한 때 '블루 웨이브'를 예상하면서 연 0.945%까지게 치솟았던 10년 물 국채 수익률은 0.756%대로 주저앉았습니다. 하루 20bp(1bp=0.01%포인트)가까이 널뛰기를 한 겁니다. 장 초반엔 트럼프 당선을 예상해 폭등했고, 바이든이 역전했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유지하는 걸 바라보며 하락폭을 유지했습니다.



다행인 건 공화당의 상원의 원내총무인 미치 매코널 의원이 캔터키에서 재선했는데요. 당선 직후 "올해 안에 의회는 부양책을 통과시켜야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향적인 얘기입니다.

부양책 규모가 줄어든다면 미 경제 회복 속도는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날 공급관리협회(ISM)는 10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 57.8에서 56.6으로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상치 57.5에도 못 미쳤습니다. 또 ADP는 10월 민간부문 고용이 36만5000명 증가(예상치 60만명)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분열된 정부와 의회로 인해 미 경기가 악화되면 Fed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양적완화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결국 Fed에 대한 믿음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Fed가 올 하반기 들어 돈을 푸는 데 좀 소극적이었는데, 새 대통령이 뽑히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2년 1월 임기를 앞둔 제롬 파월 의장의 연임 여부는 새로운 대통령이 내년 하반기께 결정하게 됩니다.
④ 미·중 무역전쟁 완화 기대
바이든이 당선되면 미·중 무역전쟁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중국 견제라는 화두는 이어지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 등 무자비한 방법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날 변동성지수(VIX)도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반영해서인지 16.82% 급락해 3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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