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전환은 탈물질화의 새로운 동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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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09 09:00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전환은 탈물질화의 새로운 동력원


신부이자 경제학자였던 맬서스는 인류의 멸망을 예언한다. 1798년에 펴낸 그의 책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 결국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부부가 두 명의 자녀를 낳고, 이들이 자라서 각각 자녀를 둘씩 낳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인구는 지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그렇지 않아 증가하는 인구를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맬서스의 예언은 틀렸고, 인류는 아직 살아남아 있다.
산업화의 시작과 효율적인 자원 활용
맬서스의 주장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과거를 설명하는 데는 옳았다. 경제사학자 그레고리 클라크는 맬서스의 인구론이 나오기 전 6세기 동안 영국에서는 1700년까지 인구가 증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인구가 증가할수록 빈곤해졌음을 증명했다. 땅에서 산출해낼 수 있는 식량의 양은 정해져 있었던 탓에 인구가 그 한계선까지 증가하면 궁핍이라는 잔혹한 시스템이 작동해 인구수를 다시 끌어내렸다.

이는 인류가 의지할 동력원이 오로지 인간의 근육과 바람, 물과 같은 천연자원뿐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1776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증기를 활용한 기계는 토머스 뉴커먼에 의해 한참 전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발명품은 석탄을 너무 많이 소비하는 탓에 사용범위가 넓지 못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달랐다. 같은 양의 석탄으로 두 배 이상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탑재된 트랙터를 농업 생산성 향상의 원인으로 예상하지만, 당시 이러한 트랙터는 몇 대 없었다. 농업 생산성을 높여준 결정적 이유는 비료였다. 오래전부터 농부들은 질산나트륨이 더없이 훌륭한 비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질산나트륨은 남아메리카 지역에 많이 매장돼 있었다. 효율과 출력이 좋은 증기선이 영국의 석탄을 싣고 남아메리카로 가서 질산나트륨이 가득한 광물을 싣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산업화시대가 시작되자 농업 생산성이 증가했다. 이러한 혜택은 산업혁명의 발생지인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기존에 쓰던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부작용
산업화 이후 인류는 자연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자연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에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화로 생존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문제들이 나타났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원을 생산물로 만드는 과정에 자신감이 붙자 노예제도와 아동착취를 통해 사람을 자원으로 만들고, 식민지를 둬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아 자원화했으며, 환경이 오염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원고갈의 문제였다. 경제성장률은 매우 높아졌지만, 자원 소비량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MIT의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원문제를 예측해보기로 하고, 그 결과를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책으로 정리했다. 결과는 음울했다. 지금 상태로라면 알루미늄, 구리, 천연가스, 석유, 금의 전 세계 매장량이 50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맬서스의 주장이 다시 생명력을 얻는 결론이었다.
탈물질화와 그린뉴딜
물론 이번에도 예측은 빗나간 듯 보인다. 예측이 빗나간 원인에 대해 환경과학자 제시 오스벨은 1인당 자원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본 자원들인 철강, 구리, 비료, 목재, 종이 등의 연간 총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1900~2010년에 걸쳐 미국의 100가지 상품의 사용량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상품의 사용량이 감소했다. 영국의 환경학자인 크리스 구달은 이를 ‘탈물질화’라고 표현한다. 이는 성숙한 경제가 더 성장한다고 해서 자원의 활용이 계속해서 증가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탈물질화는 그동안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했던 경제성장과 소비의 증가를 분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자연고갈을 막기 위해 성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탈물질화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연결된다. 물질적인 세계를 비물질 세계로 구현하는 효율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시대에는 더 많은 생산을 위해 자연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추출하는 산업화시대의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의 생산으로 서로 별개였던 GPS(위성항법시스템), 마이크 등을 별도로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스마트 기기는 종이 소비를 줄여 벌목량을 줄일 수 있고, CAD(컴퓨터지원설계) 를 통해 시제품 생산에 불필요한 자원을 쓰지 않아도 된다. 오늘날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이려는 디지털 뉴딜 정책과 그린 뉴딜이 동시에 추진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의 탈물질화 속성이 성장과 자원 및 환경의 문제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생산성으로, 지나친 자원활용과 오염으로, 그리고 전염병으로 인류는 매 순간 극복할 수 없는 듯 보이는 위기를 겪지만 경제사회와 기술의 상호작용으로 언제나 해법을 찾아왔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탈물질화의 가속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 포인트
디지털 전환을 통한
탈물질화의 가속화로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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