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네번째 대수술…과잉진료는 손 못대고 소비자 혜택만 줄여

입력 2020-11-08 11:19   수정 2020-11-16 15:19


실손의료보험이 ‘네 번째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2009, 2012, 2017년에 이어 또 한 번 상품구조가 크게 바뀐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실손보험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혜택을 줄이고 보험료도 내리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비싼 진료를 많이 받는 사람은 보험료가 3~4배로 오르는 할증제도 처음 도입된다.

해마다 1조~2조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 실손보험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보험업계는 물론 정부와 소비자단체도 공감한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 역시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만성적자의 근본 원인인 일부 의사의 ‘과잉진료’와 일부 소비자의 ‘의료쇼핑’ 문제는 손대지 못하고 있어서다. 소비자 혜택을 깎고 상품을 복잡하게 바꾸는 정책만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손도 車보험처럼 매년 할인·할증

이번에 발표되는 ‘4세대 실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많이 이용한 사람의 부담을 무겁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실손보험은 성(性), 연령, 상해등급만 같으면 보험료도 똑같다. 병원에 자주 가든 안 가든 차이가 없다. ‘본전을 뽑고 싶다’는 심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던 이유다.

도수치료, 주사제 등으로 대표되는 비급여 진료가 폭증하자 보험회사들은 가격 인상으로 대응했다. 이경희 상명대 교수는 “2009~2017년 실손보험료의 연평균 인상률은 20%를 웃돌았다”며 “관리·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편안의 밑그림은 지난달 27일 보험연구원 공청회에서 대략 공개됐다. 우선 1년마다 개인별 비급여 청구 실적을 평가해 이듬해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보험료 차등제’ 도입이 확실시된다. 비급여 청구 이력이 없었다면 보험료를 5% 깎아주고, 청구했어도 소액에 그쳤다면 동결한다. 반면 비급여 보험금을 많이 타간 사람은 보험료가 뛸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은 상위 2%에 100~300%를 할증하는 방안과 상위 17.1%에 5~200%를 할증하는 방안 두 가지를 당국에 제시했다. 현재 10~20%인 자기부담금(소비자 부담)을 10%포인트 안팎 상향하고, 재가입 주기(보험사가 보장 내용을 축소할 수 있는 주기)를 기존 15년보다 단축하는 방안 등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공청회 내용을 토대로 최종안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세 번의 개편, 왜 실패했을까
보험연구원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는 10% 이상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금을 1년에 한 번도 청구하지 않는 가입자가 대다수인 만큼 70% 이상은 할인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다만 ‘덜 내고 덜 받는’ 개편을 전제로 한 계산인 만큼 소비자로서는 ‘혜택 축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면상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개편안은 의료 공급자(의료기관)가 아니라 수요자(소비자)에게만 초점을 맞췄다”며 “진료비 문제를 손대지 않은 상태에서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명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세 차례 실손 개편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런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2017년 나온 지금의 실손보험은 과잉진료 의혹이 많은 3대 비급여(도수치료·자기공명영상(MRI)·주사)를 추가 특약으로 떼어냈다. 그런데도 3년 만에 손해율이 105.2%까지 올라 적자 전환했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105.2원이 나갔다는 뜻이다. 단종된 구형 실손의 손해율은 140% 안팎에 이른다.

보험업계도 “손해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466만 건(상반기 말 기준)에 이르는 기존 계약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실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비급여 개선’과 ‘적정 가격 책정’이 필수지만 둘 다 안 되고 있다”며 “건강보험료도 매년 6~7% 오르는데, 실손은 과도한 가격 통제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의료계 반발 사안은 ‘장기 과제’로
전문가들은 비급여 진료수가·진료량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전문 심사기관 구축 등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이번 공청회에서도 ‘장기 과제’로 남겨졌다.

변형규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의료기관은 실손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다”며 “보험사가 상품을 잘못 설계해놓고 손실 책임을 의료계로 돌리며 부당한 규제를 요구한다”고 반박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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