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진이 형도 뛰어들었다…플랫폼 전쟁 VIP된 'K팝 팬덤' [연계소문]

입력 2020-11-07 08:05   수정 2020-11-08 10:05



"7조9000억원."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배출시킨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바라보는 팬덤 경제의 총 시장 규모 추정액을 이같이 밝혔다. 팬들은 피지컬 앨범 판매, 온라인 콘서트, 멤버십 운영, MD/굿즈 판매 등 다양한 직·간접적 형태로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K팝 팬덤의 영향이 어느 정도길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수치가 나올 수 있었을까. 그 가운데에는 거대해진 글로벌 팬덤의 규모, 수요 확대, 그리고 이를 한 데 모아 결속력을 다지게 하는 플랫폼이 있었다.
◆ 미국 빌보드도 섭렵…절정에 달한 K팝 인기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기 위한 소비를 두고 코 묻은 돈이라고 보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한국 가수들이 미국 빌보드의 메인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가 하면, 오랜 시간 차트에 머물며 장기 집권을 하기도 한다. K팝을 사랑하는 이들은 '팬'이라는 이름 아래 성별, 나이, 국경을 모두 초월하고 하나가 된다.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은 글로벌 실물 음반 시장 규모가 감소하는 가운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실물 음반시장은 2013~2019년 연평균 5.7%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반면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은 같은 기간 연평균 27.7%의 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19 영향권인 올 상반기에도 선전했다. 가온차트 기준 상반기 판매량은 1685만 장으로 46% 증가를 이끌어냈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세븐틴, NCT, 엑소 백현, 아이즈원 등이 활약했고, 하반기에 들어 블랙핑크도 첫 정규 앨범으로 선전했다.

월드 투어가 불가한 현 상황에서 팬들의 갈증은 피지컬 앨범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오프라인 소비 접점이 전무한 상태에서 앨범 및 굿즈, 온라인 상품 등으로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음원 스트리밍은 낮아지고 있는데, 이 또한 팬들이 각종 아티스트의 굿즈가 포함되고 소장 가치도 보다 높은 앨범 구매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미국 빌보드 정상에도 오를 정도로 높아진 K팝의 위상이 맞물리면서 앨범 판매량은 급증했다. 특히 세계 음반 시장이 위축되는 중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K팝 앨범 판매량의 증가는 거대해진 글로벌 팬덤의 규모를 더 확실히 체감케 한다.
◆ 택진이 형도 뛰어든 '팬 플랫폼' 사업…위버스-리슨-유니버스 3강 구도 '예상'
K팝 팬덤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한류 커뮤니티(팬클럽 등) 회원 수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2014~2019년 연평균 성장률이 아시아 32.3%, 미국 35%, 유럽 60.7%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 팬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을 결집하고 관리할 플랫폼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과거 포털의 공식 카페 형식으로 운영되던 팬 커뮤니티는 그간 아티스트 개인 SNS 및 네이버 V라이브 등으로 형태를 바꿔왔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모바일 팬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더 파이널' 공연을 앞두고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인근에서 만난 아미(공식 팬덤명)들은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확인하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사진과 메시지를 공유, 콘서트 전 시간을 즐겼다. 티켓이나 굿즈 대기줄 역시 위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던 위버스는 이제 완벽한 팬 타깃 플랫폼으로 정착했다. 위버스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를 관람하고, 위버스샵에서 원하는 굿즈를 한눈에 쇼핑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이틀간 개최한 온라인 콘서트로 전 세계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99만3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단순 시청권 판매 매출만 500억 원대로 추산된다. K팝 팬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다 보니, 이를 활용한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대면 활동이 불가한 상황에서 콘텐츠를 손쉽게 태워보낼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이에 플랫폼 별로 아티스트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창의적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빅히트가 운영하는 위버스는 입점 아티스트를 확장하며 아티스트 소스를 늘려가고 있다. 빅히트 소속인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물론, 레이블 소속인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엔하이픈 외에 씨엘(CL), 헨리, 선미, 위클리, 피원하모니까지 입점했다. 특히 위버스는 굿즈 구매까지 위버스샵에서 가능하도록 팬 활동 루트를 압축, 팬들의 번거로움을 대폭 줄였다는 강점을 지닌다. 앞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장에서 팬들이 위버스를 적극 활용했듯이 다양한 팬 경험을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다각적으로 이루어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공식 팬클럽 커뮤니티 리슨을 운영 중이다. SM 소속 아티스트의 공지나 이벤트, 아티스트 게시글까지 리슨으로 확인 가능하다. 리슨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것은 가수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디어유 버블 서비스다. SM 소속 아티스트에 한정된다는 물리적 한계를 유대감 형성을 돈독하게 하는 콘텐츠의 힘으로 극복해낸다. 좋아하는 스타와 소소한 일상은 물론 사진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어 팬층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든든한 기술적 파트너도 있다. SM과 네이버는 지난 4월 공동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 긴밀한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다. 양측은 글로벌 팬클럽 서비스 및 차세대 영상 콘텐츠 제작을 강화할 방침이라 밝혔는데, 여기에는 리슨 내 팬클럽 커뮤니티 서비스를 네이버의 팬십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SM은 네이버로부터 1000억 원 투자를 유치받은 데 이어 최근에도 일본 계열사인 스트림미디어 코퍼레이션이 네이버로부터 300억원 규모를 투자 받고 온라인 콘서트 등 신규사업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대놓고 IT기업인 엔씨소프트도 팬 사업에 뛰어들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7월 자회사 클렙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K팝 팬덤 플랫폼인 유니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유니버스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에 기대가 모아진다는 의견이 많다. 엔씨소프트 측은 유니버스에 대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AI(인공지능) 등 최신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했다고 전해 기존과는 또 다른 신개념 팬 플랫폼의 탄생을 기대케 했다. 향후 어떤 아티스트들이 입점할 것인지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팬덤 플랫폼, 왜 필요할까?
그렇다면 연예 기획사 입장에서 이 같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 입점은 어떤 장점을 지닐까. 업계 관계자들은 '원활한 글로벌 팬 결집', '유연한 소통 창구', '편의성' 등을 꼽았다. 한 관계자는 "팬클럽, 팬카페, SNS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팬 마케팅을 전개하는데 팬덤 플랫폼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팬덤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적인 소스를 통해 팬 유입이나 증가 추이도 한눈에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통 측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면서 "해외 팬들의 경우 기존의 포털 팬카페 등은 접속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러나 팬 플랫폼은 제한이 없고, 앱 설정 또한 한국어 외에 다른 언어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해외 팬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단, 주 활용 플랫폼의 변화가 잦으면 기존에 사용하던 여러 소통 구좌가 남아 있어 팬들의 혼란이 따르는 문제점도 있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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