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불복…기사회생 승부수일까, '퇴임 후 보장' 꼼수일까

입력 2020-11-06 17:19   수정 2021-02-04 00:03


2016년 10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낙선 후 불복 우려가 제기되자 오하이오주 유세장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모든 미국인과 지지자 앞에서 선거 결과를 100% 받아들일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한다. 내가 이길 경우에만.”

이후 트럼프가 압도적인 선거인단(304명)을 확보하면서 그의 불복 시사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번엔 다르다. 소송을 위해 이미 변호사 수천 명을 선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사생결단식으로 선거불복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 기대
최종심 역할을 하는 연방대법원까지 선거 소송을 끌고 갈 경우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관이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돼 있어서다. 특히 현직 3명을 트럼프가 직접 임명했다. 트럼프는 올 9월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서둘러 지명할 때도 지지자들을 향해 “나는 이번 대선이 연방대법원까지 갈 거라고 생각한다. 대법관이 9명이 있는 게 매우 중요하다. 판결이 4 대 4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대선일 이전부터 부정 투표의 증거를 낱낱이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에도 “민주당이 내 표를 훔쳤다는 수많은 증거를 갖고 있다”며 “대법원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임 후 보장 위한 딜 수단
퇴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거래용이란 해석도 있다. 트럼프는 현재 다양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CNN은 일부 혐의에 대해선 영장까지 발부됐으나 현직 대통령이어서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주 등 주검찰과 연방검찰은 트럼프 및 트럼프재단과 관련된 각종 재무 처리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전의 세금 탈루 행위를 포함해서다. 트럼프는 권한 남용 및 각종 성범죄 혐의도 받고 있다.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트럼프가 대통령만 아니라면 당장 기소할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선거 결과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길어질수록 트럼프로선 당선인 측에서 받아낼 게 많아질 수 있다. 자신이 책에 썼던 거래의 기술 그대로다. 다만 미국엔 전직 대통령 ‘범죄’에 대해 사면하거나 눈감아주는 전통이 있다.
재선 실패 시 기업파산 우려
이대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주식회사 트럼프’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개인 빚은 최소 11억달러 규모다. 주로 부동산인 자산(약 25억달러) 대비 부채가 과도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재선에 성공하면 채무 만기 연장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산 위기에 몰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두 아들이 운영 중인 트럼프그룹에 도이치뱅크가 편법적으로 3억4000만달러를 대출해 줬다”고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은행 측이 트럼프 집안과의 관계를 끊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는 빚이 많은 기업인이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승산 없는 위험까지 감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 정치 영향력 유지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소송을 심리하더라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가 선거에서 질 게 확실한데, 그가 승복하거나 말거나 신경 쓸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법 절차에 따라 권력 이양이 이뤄질 것이란 의미다.

트럼프는 오히려 퇴임 후 장외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트럼프에겐 백악관을 지키는 것보다 세력 결집과 확대가 더 중요하다”며 “정치권 바깥에 있는 일반 지지층을 정치 세력화해 정당 이상의 세력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선 결과를 뒤집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정치 세력을 통해 계속 공화당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꼭 이겨야 하는’ 개인 기질
재벌가 출신인 트럼프의 성장 배경이 “나는 질 수 없다”는 독특한 기질을 만들어 냈다는 해석도 있다. 13세 때 음악 교사를 때려 눈에 멍이 들게 했을 정도로 거칠 게 없었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성공적으로 경영한 데 이어 방송에선 11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해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7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패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지는 게 싫다. 또 잘 지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패하면 이 나라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승부욕이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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