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투자 줄자…제주 아파트 시장 '한파'

입력 2020-11-06 17:17   수정 2020-11-13 18:24


2010년대 중반 ‘제주살이’ 열풍이 불면서 달아올랐던 제주 아파트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새 아파트에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등 외지인의 투자가 한꺼번에 끊겨버린 영향이다. 제주 아파트 시장은 전체 거래의 20% 이상을 외지인이 차지해왔다.
빈집 늘고, 가격 떨어지고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제주 지역 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은 10.3%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46.8%로 나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1분기 32.3%, 2분기 22.2% 등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 초기 시점의 총 분양 가구 수 대비 계약 체결 가구 수 비율인 평균 초기 분양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새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 지역의 빈집 수는 3만6600여 가구였다. 2015년에는 1만8500여 가구에 그쳤으나 4년 사이에 97.9%(1만8100가구) 증가했다.

올 들어 제주에서 분양한 총 7개 아파트 단지는 전부 1순위 청약에서 미달됐다. 지난 6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서홍동 헤리티지’는 64가구 모집에 3명만 신청했다. 지난해에도 제주에서 청약을 진행한 총 9개 단지 중 8개에서 1순위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빈집이 늘면서 제주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제주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2.04%로, 이 기간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주는 이달 첫째주(2일 기준)에도 아파트값 변동률이 -0.01%를 나타냈다. 지난 7월 2억8500만원에 팔렸던 제주 노형동 ‘부영2차’ 전용 46㎡는 지난달 2억원에 팔렸다. 3개월 사이에 가격이 29.8%(8500만원)나 빠졌다. 지난 6월 4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던 노형동 ‘노형뜨란채’ 전용 75㎡도 지난달 11.3%(5200만원) 하락한 4억800만원에 손바뀜했다.
외지인 투자도 급감
제주 아파트 시장이 침체한 건 외지인들의 매수세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월평균 190건을 기록했던 제주 아파트 외지인 거래 건수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월평균 71건으로 줄었다. 이는 월평균 52건이었던 2011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등 외국인 매수세도 크게 줄었다. 외국인의 제주 건축물 거래 건수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월평균 19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였던 2014년의 월평균 101건 대비 5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공급 과잉도 문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2017년 이후 매년 평균 1200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신규 분양되고 있다. 지난해 분양 물량은 1498가구였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건설사들이 높은 수요를 기대하며 인허가를 받아뒀던 분양 물량이 아직 전부 소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나빠진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아파트 공급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주 아파트 시장이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외국인 등 외지인 매수세가 강했던 시절 제주 아파트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고 제주를 찾는 내외국인이 많아지면 아파트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겠지만 예전만큼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주 아파트 시장이 지금과 같은 하락세를 겪는 것은 외지인 투자가 너무 많았던 데 따른 후유증”이라며 “향후 외국인의 투자를 제한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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