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한국GM…부평공장 폐쇄되나

입력 2020-11-06 17:22   수정 2020-11-13 18:17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9월 업계 고위관계자와 만나 “미국 GM 본사의 시각에서 한국GM 노조의 행태는 용납이 안 된다”고 전했다. 또 “노사 갈등이 악화하면 GM 본사는 한국 철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당시 카젬 사장의 발언을 ‘기우’로 받아들였다. GM이 2018년 정부와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GM이 6일 당초 계획했던 인천 부평1공장에 대한 투자(1억9000만달러·약 2100억원 규모)의 집행을 보류하고, 투자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도 노사의 극한 대립이 원인이다. 회사 측은 최근 노조의 잔업 및 주말근무 등 특근 거부와 반복되는 부분파업으로 유동성이 악화됐다는 구체적인 근거까지 들었다.

한국GM 측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따른 생산 손실 규모가 1만2000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30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산 손실(약 6만 대)의 20%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생산 차질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가 하반기부터 회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노조가 찬물을 끼얹었다”며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부터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 올해 흑자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특근과 잔업을 거부했고, 30일부터 부분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완성차업체 노조가 파업한 사례는 한국GM이 유일하다. 한국GM 노사는 올 7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21차례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노조는 월 기본급 약 12만원 인상, 성과급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고 내년에 월 2만2000원 올리자고 제안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임금 교섭 주기를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조정하자는 제안이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파업이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부평1공장 투자를 철회하면 미래 공장 가동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GM은 내년부터 경남 창원공장에서 생산할 크로스오버차량(코드명 C-CUV)의 파생모델을 부평1공장에 배정할 계획이었다. 2100억원 규모의 투자는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업계 일각에선 GM 본사가 한국에 물량을 배정하지 않고 다른 해외공장에 돌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평2공장은 2023년 이후 생산할 물량조차 없는 상태다. 현재 생산 중인 트랙스와 말리부의 후속 모델이 없어 폐쇄가 불가피하다. 창원공장의 상황도 불투명하다. 다마스와 라보는 내년 단종된다. 경차인 스파크와 내년부터 생산할 C-CUV가 유일한 생산 모델이다. 전문가들은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 GM 본사가 한국 정부와 한 약속을 깨고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젬 사장도 “노조는 GM이 계속 한국에 머물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이는 정상적인 노사관계가 전제됐을 때 가능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한국GM은 경영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 차질 발생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계획한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제시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으면 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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