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전쟁터…'코로나 봉쇄'에 드러난 런던의 민낯

입력 2020-11-08 07:50  


영국 하원 승인으로 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4주간 제2차 국가 봉쇄에 돌입한 영국에서 역대 최악의 혼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첫날부터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의 행렬로 런던 중심가가 마비됐다. 대학가에서는 사전 경고 없이 기숙사 주변을 울타리로 막아선 대학의 행태에 분노한 학부생들이 철제 기구들을 짓밟아 철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런던 북부에서는 제2차 국가 봉쇄에도 불꽃 축제를 벌이며 경찰관들과 무력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봉쇄 반대' 시위대 "자유 되찾자"…런던 북부에서는 '무력 충돌'
5일 '밀리언 마스크 행진'(The Million Mask March) 참가자들은 영국 런던 중심가인 트라팔가 광장에 모여 제2차 전국 봉쇄와 마스크 착용 법률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자유와 조국을 되찾자"는 구호를 외치며, "더 이상의 봉쇄, 은폐, 마스크, 거짓말은 없다"는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시위대의 출몰로 거리에 정체가 빚어지자 메트로폴리탄 경찰은 트라팔가 광장으로 출동해 이들을 제지했다. 경찰들은 모든 시위대에게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다"고 외치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권유에도 시위대의 행위가 잦아들지 않고 무력 충돌 사태까지 발생하자, 경찰들은 이날 수도에서 시위를 벌인 104명을 체포했다. 이들의 대다수는 코로나19 규정 위반 혐의였다.

이에 대해 메트로폴리탄 경찰 총 책임자인 제인 코너스 사령관은 "오늘 저녁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런던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었다"며 "국가적 대유행이 발발한 지 8개월째로 이제는 사실상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규정을 위반하는 것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 밤, 많은 사람이 새로운 규정을 무시한 채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만나는 것을 선택했기에 그들 중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 그들은 곧 그들의 행동이 낳은 결과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코너스 사령관은 "우리의 치안 활동이 밤까지 계속됨에 따라 체포자의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나는 계속해서 도시 전역의 사람들에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고 규정을 지키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북부에서는 제2차 국가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모닥불과 불꽃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심지어 이들은 서로를 향해 폭죽을 발사하고, 차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가자는 경찰, 군인, 소방관들에게 폭죽을 겨누고 병을 던지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스코틀랜드 소방 구조대 대변인은 "11월 5일 목요일 오후 7시 47분에 그리녹에서 모닥불이 났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작전통제소는 오크메드 도로로 1대의 장비를 동원했고, 그곳에서 소방관들은 반사회적 행동을 겪은 후 경찰 파트너의 도움을 요청했다. 소방관 부상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대학가 '울타리' 설치에…학생들 "철장 속 동물 아니다" 분노
영국의 제2차 국가 봉쇄 조치에 대항하는 움직임은 대학가까지 번졌다. 5일 맨체스터 대학에서는 다수의 학부생이 '보안 조치'로 기숙사 주변에 세워진 금속 울타리를 짓밟아 철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불만은 어떠한 경고와 안내 없이 자신들을 '철장 안에 갇힌 동물'처럼 대했다는 것.

학생들의 분노가 폭력적인 행위로 나타나자 맨체스터 대학 측은 "학생들이 방문객과 섞이지 않도록 돕기 위해 보안 대책으로 설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학생들의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결국 시위 행동으로까지 확대됐다.

맨체스터 대학생 행동 공동 대표인 빌리는 "6피트에 달하는 보안 울타리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으며,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이미 세상 모든 일에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환경에 놓인 20세 미만의 젊은이들이 낯선 것들에 둘러싸이는 것이 우리의 정신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같은 행위를 계속하도록 허락할 수 없다. 학생들이 지금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훨씬 더 끔찍한 헤드라인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빌리는 학교 내부에서조차 해당 사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두지 않고 조급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직원에게 봉쇄 울타리가 있으면 우리는 밖으로 나갈 수 없냐고 물었을 때 그는 학생들의 출입이 허용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가 나갈 수 있다면 울타리의 용도가 무엇이냐, 어떻게 타인의 출입을 측정할 것이냐 등의 질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빌리는 "현재 영국에서는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지독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우리를 울타리로 가두고, 심지어 어떠한 경고도 없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이어진 시위대 행렬 곳곳에서는 "학생 복지를 완전히 무시한 행태", "죄수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나아질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속출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은 "우리는 이번 학기 내내 거짓말을 당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안전한 캠퍼스를 약속했고 우리를 이곳에 오게 했지만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계속해서 학생들을 비난하고 있다"며 "우리는 (교수들이) 직접 우리를 가르치지 않을 때, 이 안전하지 않은 기숙사에서 살기 위해 수천 파운드를 지불하는 사람들이다"고 자조 섞인 발언을 내뱉었다.

정치사회학과 1학년생인 벤 맥고완 또한 "학생들의 반응은 9월 이후 쌓인 좌절의 누적"이라며 "학생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계속해서 구속과 제한을 받았으나, 대학 측의 지원과 지도가 없는 사태 처리 행태는 완전히 실망스러웠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이 울타리를 세울 때 학생들의 끓는점이 폭발했다고 본다. 이번 시위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마지막 돌파구였다"고 강조했다.


결국 데임 낸시 로스웰 부총장 겸임교수는 이날 오후 8시 30분께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울타리 설치로 인한 우려와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것은 우리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울타리는 학교 직원과 학생들로부터 최근 몇 주 동안 받은 안전과 보안, 특히 거주자가 아닌 사람들의 접근에 대한 큰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의도됐다. 학생들의 출입을 막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울타리는 즉시 철거될 것이다. 현재 추가 경비 순찰 등 대체 보안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데임 낸시 로스웰 부총장 겸임교수는 "이번 일로 야기된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대학들은 최근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기숙사 내 학생들을 강력하게 단속해 비난을 받고 있다. 에든버러 대학에서는 자신의 기숙사를 빠져나온 학부생들에게 벌금을 부과해 파장을 낳았다. 대학들의 방역 조치가 강화되자 현재 브리스톨 대학의 학생들은 임대료 파업을 조직하고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영국 하원이 4일 코로나19 봉쇄조치를 승인함에 따라 5일 0시부터 오늘 12월 2일까지 잉글랜드 전 지역을 4주간 봉쇄했다. 이는 영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이날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2만5177명을 기록해 지난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일일 신규 사망자는 492명으로, 5월 500명을 기록한 뒤 가장 많은 사람이 숨졌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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