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뉴노멀 중재'…랜선 타고 분쟁해결 빨라진다

입력 2020-11-08 17:15   수정 2020-11-09 00:47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은 우리를 혁신하게 만들었다.”(멕 키니어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 사무총장)

“유연한 적응력과 주도적인 인재(중재인)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진다.”(닐스 엘리아슨 홍콩국제중재센터 부의장)

법무부,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대한상사중재원(KCAB)이 지난 5~6일 ‘제9회 아시아·태평양 대체적 분쟁해결 수단(ADR) 콘퍼런스’를 열었다. ADR이란 법원에서 벌이는 소송 외 ‘중재’나 ‘조정’과 같은 다양한 분쟁 해결 수단을 가리킨다. 개인이나 기업 간은 물론 투자자-국가 사이의 무역·투자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웨비나(웹+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됐다. 세계 중재 전문가 200여 명을 포함해 약 1만5000명(누적 접속자 수)이 참여했다. 분쟁 해결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전문가들의 고민과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경제신문은 콘퍼런스를 포함한 ‘서울국제중재 페스티벌(SAF)’의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디지털·화상 심리 “과거로 회귀 안 될 것”
올해 서울 ADR 콘퍼런스는 국제 중재 실무의 변화 양상과 새로운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화상을 통한 개회사에서 “과거 주로 상사나 건설 부문에서 쓰이던 중재는 이제 의료·공정거래·엔터테인먼트·국제 지식재산권·소비자 권리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국제 중재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제 중재 인프라 조성 및 중재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첫날 ‘뉴노멀(새로운 기준)의 첫해’라는 주제로 콘퍼런스의 포문을 열었다. 안나 주빈 브렛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사무국장과 멕 키니어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사무총장, 케빈 나쉬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중재법원 디렉터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국내에선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의 신희택 의장과 임수현 사무총장 등이 나섰다.

세계 유수의 전문 중재기관들은 코로나19가 야기한 변화에 공감했다. 분쟁 당사자들과 중재인(판결을 내리는 판정부), 법률 대리인(카운슬) 등이 한 곳에 모여 하루 8시간 이상, 길게는 1~2주씩 머리를 맞대고 심리하던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나쉬 디렉터는 “사건 관리 시스템 및 전자문서제출 시스템 등을 구축해 훨씬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중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부 간 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 싱가포르 지부의 페델마 스미스 대변인은 “전 세계 화상 심리는 참여자 모두에게 맞는 시간대를 골라야 하는 시차의 문제를 야기하지만 반대로 심리가 가능한 시간대를 좁혀 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중재인에게 요구되는 ‘신속’ ‘정확’ ‘유연’이란 특성이 더 부각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과 화상을 통한 업무가 보편화되는 시점에서 인적자원관리(HRM)의 핵심을 지적한 대목이다.

닐스 엘리아슨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부의장은 팬데믹 이후 디지털 프로젝트 매니저(전담 디지털 전문가)를 고용하고 중재 사건마다 정보통신 기술자를 관리자로 투입한 사례를 소개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암호화된 비디오 콘퍼런스를 심리에 활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스미스 PCA 대변인은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더 많이 화상 심리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안, 원활한 소통이 핵심”
이번 회의에선 김갑유 피터앤김 변호사가 2018년 제안했던 국제 중재 화상회의에 관한 프로토콜(일명 ‘서울 프로토콜’)이 재조명을 받았다. 화상 및 원격 심리의 기준을 제시한 것인데, 이런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중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토비 란다우 에섹스 코트 챔버스(영국 로펌) 전문중재인은 “원래 법원 소송의 대체 수단이었던 중재는 저비용·고효율이 장점인데 점차 비용이 늘고 진행이 느려지면서 변화가 요구됐다”며 “특히 중재판정부는 변호인단을 통해 중재 과정에서 사건을 이해하게 되는 방식(‘Anglo-US’ 모델)에 기대왔는데 이제는 보다 사전에 준비된 상태로 사건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법 절차에 대한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화상 심리에 대해 잉룽양 레이텀 앤 와킨스(미국 로펌) 변호사는 “보안이 잘되는 모바일 앱과 전자문서 등을 활용해 화상 심리를 기본 심리 방식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한 반면, 이승민 피터앤김 변호사는 “사건 당사자들이 충분히 (화상을 통해) 설명할 권리를 누리고 있는지, 대면 못지않게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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