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씨 마르자…'집값보다 비싼 전세' 등장

입력 2020-11-08 16:55   수정 2020-11-16 15:22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신 3차’ 전용면적 84㎡는 시장에 나온 매매 물건과 전세 물건의 ‘갭’(가격차)이 4500만원에 불과하다. 이 주택형의 입주 가능한 매물의 호가는 5억9500만원인데 전세는 5억5000만원을 부르고 있다. 직전 전세 거래인 지난 5월 시세는 3억원, 당시 매매가는 4억5000만원 안팎이었다. 최근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가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상계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가 품귀여서 호가가 5억5000만원까지 높아졌다”며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갭투자(전세 낀 매수)’ 문의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격차 줄어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차이가 크게 줄고 있다. 지난 7월 말 이후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셋값은 급등세이지만 아파트값은 각종 규제 및 세제 강화로 보합세에 머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울 중저가 단지 위주로 갭이 급감했다.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2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8일 6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26일 매매거래는 8억4500만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주택형은 지난 7월 매매가와 전세가가 각각 8억4800만~8억6500만원, 4억~4억6000만원으로, 3개월 만에 갭이 약 4억원에서 1억5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일부 지역에선 갭이 1억원을 넘지 않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구로구 고척동 ‘한성’ 전용 65㎡는 지난달 7일 전세보증금 2억3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는데, 해당 주택형은 8월 3억원에 손바뀜한 물건이다. 매매가격과 격차가 7000만원에 불과하다. 노원구 하계동 ‘청구3차’ 전용 84㎡는 8월 전세 6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매 물건의 호가는 6억6000만원으로 격차가 6000만원이다.

전셋값의 매서운 추격은 통계상으로도 확인된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54.2%를 기록해 8월(53.3%)과 9월(53.6%)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2016년 7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역별로 종로구(63.0%) 중구(61.4%) 성북구(60.3%) 은평구(60.1%) 등이 60%를 넘겼다.
전세가 매매보다 비싼 단지도 나와
경기도는 지난달 전세가율이 70.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72.0%) 이후 8개월 연속 전세가율이 하락했다가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후인 지난 8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후 3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경기 지역에선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수백만원 수준에 불과하거나 아예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한 곳도 있다. 동두천 ‘주공4단지’ 전용 45㎡는 지난달 28일 전세 9700만원에 이어 31일 매매 95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동일한 주택형의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200만원이 비싸다. 파주 ‘새꽃마을뜨란채1단지’ 전용 59㎡는 지난 4일 1억85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이는 지난달 전세 거래가와 같다. 남양주 ‘진건세아’ 전용 58㎡는 지난달 전세 1억5000만원, 매매 1억5800만원에 계약서를 써 갭이 800만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가와 매매가격 차이가 계속 좁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 직주근접 단지 내 바로 입주가 가능한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매물이 귀하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청약 대기 수요 등도 전세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도 높은 규제가 갭투자를 억제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다시 갭투자가 고개를 들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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