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뽑는다더니…前 광주 구청장 '상임감사'로 꽂은 한전

입력 2020-11-09 17:56   수정 2020-11-09 21:56

한국전력공사가 9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최영호 전 광주 남구청장을 상임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최 전 청장은 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 에너지 업무와는 무관한 경력의 소유자다. 일반적으로 전력산업이나 감사분야 전문가가 맡는 자리에 민주당 정치인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전문성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전력 전문가 뽑는다더니, 열 달 걸려 '정치인 낙하산'
한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0개월간 공석이었던 한전 상임감사위원에 최영호 전 광주 남구청장이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한전 상임감사는 '한전의 2인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다.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문제는 최 전 구청장의 전력산업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날 한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 위원은 광주 금호고, 전남대학교 무역학과를 나와 제3대 광주광역시 남구의회 의원, 제4대 광주광역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제6, 7대 광주광역시 남구청장 등을 역임했으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이 밖에 국민생활체육 광주광역시 볼링연합회 회장,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이사, 5·18 기념재단 이사 등을 지냈다. 전형적인 지역 정치인의 경력이란 얘기다.

최 전 구청장의 이 같은 경력은 당초 한전이 상임감사위원을 모집하면서 낸 공고와도 전혀 다르다. 당시 한전은 감사위원 모집 공고를 내면서 '전력산업 혹은 감사분야 전문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공모에는 전문가 6~7명이 후보로 지원했으나 한전은 적임자를 수개월동안 선임하지 않았다. 앞서 이정희 상임감사위원이 지난해 12월 11일 퇴임한 것을 감안하면 공석 상태가 11개월 넘게 이어진 것이다.

전력산업계에서는 "민주당 출신 낙하산을 꽂으려고 전문가들을 들러리 세운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최 전 구청장은 지난해 말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주 동구·남구 갑 지역구에 출마선언을 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윤영덕 청와대 전 행정관에게 밀려 탈락했다. 전력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정희 전 상임감사위원도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친문 인사라 낙하산 논란이 일었지만 적어도 변호사였기 때문에 법률 전문성이라도 있었다"며 "이번엔 좀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감사원 징계 이력도 구설수
최 전 구청장이 남구청사 리모델링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사실상 징계를 받았던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광주 남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11년 1월 체결한 계약을 놓고 368억원 상당의 청사 리모델링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논쟁을 벌여왔다. 감사원은 이 비용을 상환할 책임이 남구청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남구에 "구의 재정부담이 늘어난 데는 최 전 청장의 잘못도 있다"는 자료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감사원의 '인사자료 통보' 조치는 사실상 해당 인사를 웬만하면 공직에 재취업시키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사처가 보유한 자료가 공직 후보자추천 등에 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전 구청장은 이와 관계 없이 취업이 승인돼 상임감사로 선임됐다.

한국전력 상임감사로 취임하면 성과급을 합산해 통상 2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기본급은 지난해 이 전 상임감사가 받은 액수를 기준으로 1억2200만6000원이며, 경영평과 성과급이 7281만원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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