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에 '침묵' 푸틴·시진핑…정상들 이유는 제각각

입력 2020-11-10 12:54   수정 2020-11-10 12:56


조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한 지 이틀째에도 국제사회에서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권위주의 통치자들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9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공식 축전을 내지 않은 대표적 정상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등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정상들이 각각의 이유를 내세워 바이든 당선인에 공식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절대적 신뢰자…푸틴 "공식 발표 때까지 기다릴 것"
2016년 미국 대선 결과 발표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에 축하 인사를 전한 푸틴 대통령은 현재 바이든 당선인 관련 메시지는 내지 않고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달 말 푸틴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는 어떤 미국 대통령과도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음에도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공식 발언을 아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러시아에 친화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소송전에 들어간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9일 "우리는 공식 발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푸틴 대통령이 축하 인사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6년 미 대선 당시와는 다른 대응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그때와는 차이가 분명하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스트롱맨'으로 치켜세우는 등 두터운 친분을 강조해왔다. 유화 관계가 지속하면서 트럼프 정부에서 러시아가 얻을 수 있었던 이득도 적지 않았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러시아는 트럼프와의 친분을 기반으로 외교적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재자' 푸틴 대통령에게 동조한다는 이유로 임기 내내 비판을 받고, 2016년 대선 때 당선을 위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도 푸틴 대통령에 대해 "강력한 지도자"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승리에 침묵하는 데에는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여온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을 여지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러시아를 미국 국가안보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거론해왔다. 그는 대선 운동 기간인 지난달 말 CBS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의 안보와 동맹 훼손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바이든의 발언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러시아에 대한 증오심을 확산시켜 적으로 단정 짓는 것이 유감"이라고 반발하며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달 ABC 방송과의 타운홀 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모든 '폭력배'(thug)를 포용하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의 외교 접근법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와 연일 대립했던 중국도 '침묵'…"추가 보복 우려" 분석
임기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강하게 대립했던 시진핑 주석도 아직 바이든 당선인에 공식 축하를 전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건전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 유지를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에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후보가 선거 승리를 선언한 데 주목했다. 미국의 대선 결과는 미국의 법과 절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했다.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정확한 축하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소수민족 인권탄압 의혹, 홍콩 자치권 훼손, 대만 민주주의 위협, 불공정한 통상 관행 논란 등을 두고 중국을 전방위 압박해왔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바이든 당선인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일 것이라 점쳐지기도 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중국 때리기'에 앞장서온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두 달간의 임기 동안 추가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중국 정부가 섣불리 바이든 당선인과의 관계 구축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게다가 바이든 당선인은 평소 중국 정부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인사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2월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시진핑 주석을 '폭력배'로 지칭하며 중국을 압박·고립·응징하는 국제 공조를 주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브라질·멕시코 대통령도 '축하 인사' 연기…트럼프 영향력 잔존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정치적 격변에 민감한 중남미 수장들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신념과 정치 성향이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해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행보에 "겸손하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바이든 당선인에게 공식 축하 인사는 건네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면서도 러시아제 첨단무기를 도입하는 등의 문제로 갈등은 빚은 바 있다. 이 같은 갈등 관계 속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 덕분에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행동을 벌일 수 있게 되는 등 결정적 순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터키는 바이든 당선으로 잃을 게 많은 대표적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터키의 역내 군사개입 행보와 친러시아 정책에 트럼프 대통령보다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NBC는 "터키는 바이든이 터키의 외국 군사 개입,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한 미국의 반대 입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9일 "아직까지 미국 대선이 끝나지 않았다"며 "대선 결과를 둘러싼 소송이 끝나면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취임한 좌파 성향의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멕시코 때리기에 몰두했음에도 두 정상은 공식 석상에서 상대방을 좋게 평가하며 원만한 관계를 이어왔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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