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서울인 동료가 부러워요"…'지방러' 사회초년생의 푸념

입력 2020-11-11 09:48   수정 2020-11-11 10:16


전북 전주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회초년생 현모(27)씨는 '지방러'의 설움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 주거비용 때문에 고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매달 월급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월세가 너무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 본래 집이 서울인 직장동료들은 월급을 저축도 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지만 현씨는 그런 동료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현씨는 "중소기업 대출을 받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만원 짜리의 반전세에 살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월세, 관리비, 공과금, 대출이자가 월급에서 빠져나가는데 여기에 생활비까지 더하면 저축은 꿈도 못꾼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로 넘어가려 해도 물량이 줄었을 뿐더러 가격도 너무 올라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울이 본래 집인 동료들은 이런 고민을 안해도 되니 부러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른바 '지방러'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 "서울에 집을 두고 있는 동료들이 부럽다"는 푸념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세난으로 월세에서 전세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흔들리면서 무주택 사회초년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매달 빠지는 월세·공과금 부담…전세 이동도 어려워
직장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 9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과 알바생, 취준생 등 2327명을 대상으로 '경제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62.7%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응답했다. 경제적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월세, 대출이자, 관리비등 고정 지출이 큰 편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8.4%로, '월 소득이 줄어서(23.1%)'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지방에서 올라온 사회초년생들은 매달 적지 않은 주거비용이 월급에서 꼬박꼬박 빠져 나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목돈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0일 기자와 만난 사회초년생들은 매달 주거비 명목으로 50만~60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1년에 주거비로만 600만원이 넘는 돈이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사회초년생들의 연봉을 3000만원으로 가정했을때 약 2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생활하는 직장 동료들은 여윳돈으로 가져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방의 사회초년생들은 출발선 부터 뒤쳐진 것 같다는 게 공통적인 얘기였다. 직장생활 1년차에 접어드는 송모(27)씨는 "씀씀이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닌데도 매달 월세로만 50만원을 지출 하다보니 저축하는 게 쉽지 않다"며 "서울에서 가족들과 사는 동료들은 월급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면서 돈을 굴려나가던데 난 그저 어깨너머로 바라만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보다 연봉을 조금 덜 준다고 하더라도 지방으로 이직을 해볼까 고민도 해봤다"고 털어놨다.
청년주택 들어가고 싶지만 경쟁률 치열해 연이어 고배

사회초년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서울시는 역세권을 개발해 주거 환경이 열악한 청년들에게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 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60~80% 저렴하고 보증금 일부도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회초년생들은 넘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에 청약한 김모(26)씨는 "행복주택이나 청년주택 같은 도전해 볼 수 있는 공공임대사업에는 다 지원을 해봤지만 번번히 떨어지기만 했다"며 "매달 나가는 월세가 아까워 전세를 찾아보려해도 매물도 없고 중기청 대출까지 끼면 더더욱 전셋방을 찾아볼 수 가 없어 적금은 꿈에도 못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차 역세권청년주택 사업에는 153호실 공급에 4030명의 신청자가 몰려 26.3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동작구 노량진동에 있는 더클래식 동작의 전용면적 16㎡형에는 청년 19명 모집에 1337명이 몰려 70.4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직장인들의 투·쓰리룸의 월세까지 오름세
지방에서 올라온 사회초년생들의 월세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전세물량 급감으로 집을 찾는 수요가 서울의 투·쓰리룸의 월세로 몰리고 있어서다. 사회초년 직장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투·쓰리룸의 월세는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의 '다방 임대 시세리포트'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전용면적 60㎡이하의 투·쓰리룸의 평균월세는 79만원으로 전월 72만원 대비 10%가 상승했다. 투·쓰리룸의 평균 월세는 지난 5월 61만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비교적 월세가 저렴한 편에 속했던 도봉구(58만원), 노원구(63만원), 금천구(66만원), 성북구(67만원)등에서도 월세가 전달 대비 4~8%가량 상승했다. 이에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는 주거를 기준으로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고향에 있는 집값은 그대로인데 서울 집값만 올라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서울에 사는 동료들과 시작부터 월급이 50만원 이상 차이나는 셈인데 그들과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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