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는 격차 벌릴 기회"…기업들 '그린뉴딜·M&A'로 승부

입력 2020-11-10 17:36   수정 2020-11-11 09:23

“내년 ‘농사’가 10년을 좌우할 겁니다.”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 중인 한 5대 그룹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못지않게 그린 뉴딜 시장에서의 입지 확보,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들도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각오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표 예측이 무의미”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11월을 맞아 주요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 나머지 경영환경은 ‘시계제로’인 탓이다. 기업 내부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다. 한 5대 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아직 사업계획의 틀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경기 회복 시점 등 예측이 안 되는 지표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내년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의 정권 교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유지할지 여부 등이 국내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추진 중인 그린 뉴딜도 기업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기후정책에 20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열리는 ‘친환경 시장’에 동참할 수 있느냐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현대차, 시장 리더십 확보 초점
삼성그룹은 주요 변수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유연하게 사업전략을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0조원대 시설투자로 ‘초격차’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서병훈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차세대 공정 전환과 적기 투자 등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예정된 삼성전자의 투자는 반도체 분야에 집중돼 있다. 평택 2공장에 구축 중인 D램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에 EUV(극자외선) 장비를 추가하고 2021년 양산 예정인 7세대 V낸드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다. 반도체 업황을 감안해 평택에 3공장을 착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내년 승부수는 차세대 전기차(전용 플랫폼 전기차)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차 CV(코드명), 제네시스 JW(코드명)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는 것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은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적기”라고 말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차량의 평균 단가를 높이는 전략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준대형 이상급 세단,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차 판매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대형 M&A 가능성에도 주목
SK그룹은 사업계획의 키워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내세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월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엔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 100%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 캠페인인 ‘RE100’에도 가입했다. 신규 투자도 철저히 ‘환경’에 맞춰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이 3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두 곳이 내년에 완공된다. SK E&S는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크기(264만㎡)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 중이다. SK 관계자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업적 평가에도 ESG 성과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SK와 지향점이 비슷하다. LG화학과 LG전자, LG유플러스 등을 주축으로 삼아 그린 뉴딜 신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는 가전, 2차전지, 5G(5세대) 이동통신 등의 사업군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장에서의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고 말했다.

대형 M&A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LG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CSO(최고전략책임자) 조직을 만들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주요 13개 계열사가 16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좋은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지 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처한 상황은 5대 그룹 중 가장 엄중하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사업부문(BU) 모두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코로나19 등 외생 변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이 롯데가 처한 ‘복합 위기’의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선두주자에서 ‘추격자’로 뒤처진 롯데로선 내년에 필사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아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형석/도병욱/최만수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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