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거대한 스마트폰, 핸드폰 쓸 필요 없는 차 만든다"

입력 2020-11-11 11:23   수정 2020-11-11 11:35


날씨와 시간에 따라 풍경이 바뀌는 클러스터(계기반),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가야 할 차선을 알려주는 전면 유리창, 겨울철에 차를 타기 전 미리 난방을 켜놓을 수 있는 스마트폰 연동 앱….

현대자동차그룹이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정보 및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장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같은 미래차 전략의 중심에는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개발센터'가 있다. 고객 분석부터 새로운 시스템 개발까지 총괄하는 조직이다.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UX개발 및 소프트웨어개발을 맡고 있는 양현승 팀장, 박영우 팀장을 만났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의 인포테인먼트가 많은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양현승 인포테인먼트 UX개발팀장(이하 양)=올해 제네시스 G80과 GV80의 카퍼(구리) 디자인으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즈에서 인페이스 디자인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쏘나타와 셀토스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 ‘워즈오토’의 조사에서 UX(사용자 경험)가 우수한 차량으로 선정됐고, K5는 날씨에 따라 디자인이 바뀌는 클러스터(계기판)로 독일 디자인협회에서 특별상을 받았죠. 지금까지 자동차 외장 디자인으로는 상을 많이 받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트 디자인과 UX가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개발하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양=GV80, G90에 적용된 뒷좌석 인포테인먼트 UX 개발이 기억에 남아요.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1~2주일간 관찰하는 방법을 쓸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앞좌석 운전자뿐 아니라 뒷좌석에 탔을 때 무엇을 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분석해보고 싶었어요.

쉽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뒷좌석에 타는 고객들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이라 1~2주일간 카메라를 달아 밀착 관찰하기는 어렵죠. 회사의 고위 임원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음성은 녹취하지 않는 조건으로 1주일간 관찰 카메라를 달기로 했어요. 분석을 해보니 스케줄 확인이나 영상 시청 등을 위해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시더군요. 차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뒷좌석에서 필요한 기능을 개발하게 된 배경입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일정 확인, 위치 확인,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을 할 수 있는 거죠.

박영우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개발팀(이하 박)=스마트폰의 전용 앱을 통해 여정 전체를 책임질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죠. 스마트폰 앱과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동하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차에서 내릴 경우 ‘목적지까지 500m가 남았습니다. 안내받으시겠습니까’ 같은 문구가 떠요. 목적지까지 ‘라스트마일’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차를 타기 전에도 스마트폰 앱을 활용할 수 있어요. 겨울철에 차 시동을 걸어두고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앱으로 미리 시동을 걸어두고 난방을 켜두면 돼요.
▷차 브랜드에 따라 UX가 다르게 적용될 거 같은데요.
양=인포테인먼트의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폰처럼 주요 기능은 전체 차량에 일관되게 적용돼요. 하지만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가 각자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것처럼 UX는 조금씩 다르죠. 예컨대 제네시스는 중후한 느낌을 줘야 하기 때문에 손때가 묻은 듯한 구릿빛 색깔을 주로 사용하고, 화면 터치 외에도 별도의 조작계를 둬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줬어요.

색깔 하나하나도 꼼꼼히 체크해요. 현대차의 경우 광고에서 블루 톤을 자주 사용하는데, 그 색상을 디지털 기기에 그대로 가져오기에는 안 맞는 부분도 있었어요. 운전 중에 방해되지 않도록 채도를 낮춘 ‘아쿠아 블루’라는 색상을 설정하고 그걸 요소, 아이콘 등에 일관되게 적용했죠.
▷현대차그룹 내에도 변화가 있었을까요.
박=인포테인먼트와 관련된 시스템을 개발하는 조직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이 바뀌었죠. 기존에는 UX,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요구사항이 적었다면 최근에는 커넥티드카, 전동화, 자율주행이라는 큰 흐름에 따라 정보기술(IT) 관련 인력들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자동차가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스마트폰처럼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일도 많아졌고요. (웃음)

자동차 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은 격변기 속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때 보안 문제 때문에 시도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이제는 조직 차원에서 이런 시도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현대차가 LG전자와 함께 선보인 자율주행차 콘셉트카에 커피머신, 신발관리기 등이 있어 화제가 됐는데요.
양=지금까지 콘셉트카는 외장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어요. 하지만 커넥티드카나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면서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줬어요. 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하고 있죠. 그 과정에서 외부와의 협업은 더 늘어날 겁니다.

박=흔히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차 안이 집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요구사항이 나올 거 같아요. 집에 들어가면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거나 침대에 파묻혀 있잖아요. 인포테인먼트가 역할을 하려면 집에 있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줘야 해요. 차량의 본질은 '이동'입니다. 자동차 안에서 영화를 시청하더라도 이동하면서 변화하는 주변 상황, 날씨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위치를 공유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일각에서는 이제 밀레니얼·Z세대는 더 이상 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고 하는데요. 인포테인먼트에 미치는 영향도 있을까요
박=오히려 차량 공유가 활성화되면 개인화에 대한 욕구가 커질 거 같아요. 어떤 차를 타든지, 타는 그 순간부터 ‘내 차’가 되고 싶을 테니까요. 그만큼 인포테인먼트의 역할이 중요해질 겁니다. 스마트폰 앱과 차량을 연동해 나의 주행 습관, 자주 가는 곳 등을 바로 연결할 수 있으니까요.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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