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바이오 "췌장암 표적만 56개 발굴, 3년 간 9개 신약 물질 확보"

입력 2020-11-12 11:56   수정 2020-11-12 12:30



"악성 종양에서 확보한 조직을 바이오인포메틱스로 분석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프린트(PRIINT)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찾은 췌장암 관련 표적만 56개, 난소암은 15개에 이를 정도죠. 암세포 신호물질도 50개 정도 파악했습니다. 이번에 정상 궤도에 오르는 파이프라인 세 개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3년 간 9개 정도의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18년 10월 김 대표가 창업한 플랫바이오는 바이오인포메틱스를 활용한 후보물질 발굴부터 동소이식모델을 활용한 동물시험, 임상시험 디자인 등 신약 개발을 위한 모든 단계 플랫폼을 갖춘 바이오 회사다. 최근 이 플랫폼을 활용해 두 개의 화학항암제와 한 개의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을 찾아 신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창업 2년 만의 성과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김 대표는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19년 간 임상이행, 전이암센터를 이끌며 신약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MD앤더슨은 한 해에만 수백개의 신약 연구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세계적 의료기관이다. 이 곳에서 김 대표는 20여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중 실제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된 것은 10개가 넘는다.

김 대표가 MD앤더슨에서 집중했던 것은 동소이식 연구다. 신약 개발 첫 단계인 동물시험을 할 때 국내서는 실험 동물의 피부 아래(피하)에 암 세포를 자라게 한 뒤 이 암 덩어리를 활용해 후보물질의 유효성을 확인한다.

미국 등 해외는 다르다. 동물모델을 만들 때도 실제 사람에게 암이 생긴 부위와 같은 부위에 암이 자라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물모델에 후보물질을 투여해야 약효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개 유전자적 동등성이 75% 이상이면 재현된다고 보는데 동소이식모델로 암 조직을 분석하면 결과가 75% 이상 재현된다"고 했다. 그는 "피하 세포에 종양을 만들어 확인하는 방식에 비해 신약 성공률은 20배 이상 높아진다"고 했다.

미국은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동소이식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과학자를 육성하고 있다. 김 대표는 MD앤더슨에서 이런 과학자들의 교육을 맡았던 책임자다. 김 대표는 "신장에 암 세포가 생기면 전신으로 가고 전립선암은 뼈 전이가 잘된다"며 "이런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동물모델에서 효과를 확인해야 사람 대상 임상에서도 효과가 그대로 재현된다"고 했다.

플랫바이오를 창업한 뒤 그는 한국 바이오업계에도 이런 새 동물시험 모델을 전파하고 있다. 올해 4월 GC녹십자셀의 췌장암 CAR-T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이 후보물질을 췌장암 동소이식모델에 투여한 결과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 피하모델로 시험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다. 동물시험 만으로도 신약개발 성공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김 대표는 "암 신호체계는 3만5000개 정도인데 뼈, 뇌, 폐, 피하 등에 원발암 세포가 발현하는 신호와 전이암 세포가 발현하는 신호가 다르다"며 "폐, 뇌, 뼈로 전이된 암을 치료하는 물질을 개발해 피하에 시험해도 재현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동소이식 동물시험 환경이 안착되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몸 값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사람과 비슷한 동물모델을 활용해 암 표적을 찾는 플랫폼이 PRIINT다. 단순히 동물시험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한 표적이 암 발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약물의 효능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임상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찾아 후보물질의 신약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임상이행연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대개 바이오기업들은 하나의 후보물질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몰두하지만, 플랫바이오는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수 있다. 표적·면역항암제, 단독·병용투여 등 신약의 종류와 투여방법의 경계도 없다.

후보물질 개발 과정도 마찬가지다. 플랫바이오의 독자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면서, 다른 바이오회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해당 회사의 신약개발 지분을 일부 나눠 갖는 방식으로도 개발한다. 다수의 국내 바이오 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모든 형태의 시스템이 한 회사에 집약된 셈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종합예술을 하는 기업으로 꼽는 이유다. 그동안 국내서는 보지 못했던 사업 모델이다.

이런 역량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세계적 임상데이터 기업인 메디데이터는 플랫바이오를 아시아 지역 파트너로 삼았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의 제약 바이오 기업이 메디테이터에 임상 데이터 분석 등을 의뢰하면 플랫바이오는 임상 효율과 비용, 속도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을 맡았다. 버려진 후보물질을 되살리는 신약재창출 프로그램도 가동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MD앤더슨에서 심혈관계 약을 뇌종양에 쓰도록 재창출하는 연구에 참여했다. 이 때 활용된 것이 교모세포종 동소이식 동물모델이다. 김 대표는 "자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신약 공동연구, 동소이식모델 연구, 임상 재진입을 위한 리포지셔닝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여러 파이프라인을 한꺼번에 가동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적다.

플랫바이오는 올해 6월 저분자 합성신약 전문기업인 비씨켐과 'RAF 키나아제'(인산기 전이효소) 활성을 막는 저분자 합성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이 후보물질은 기존 RAF 저해제에 대한 내성을 일으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CRAF'와 'BRAF'를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RAF까지 억제해 BRAF 뿐 아니라 'RAS' 변이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기대하고 있다.

BRAF 변이와 활성화된 RAS 및 RAS 변이 때문에 생기는 암은 흑색종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갑상샘암 전립샘암 등 전체 암의 27%에 이른다.

플랫바이오는 이 후보물질을 활용해 흑색종 대장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에 대한 치료 효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기존 항암치료와의 병용요법 연구도 시작해 2022년께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그는 "첫 파이프라인 세 개는 췌장암, 교모세포종, 대장암, 폐암 등을 타깃으로 한다"며 "항체 휴먼 라이브러리도 다음달 께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내년 3월에는 미국 휴스톤에 법인도 세울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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