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로 시대' 연다지만…美민주, 러스트벨트 민심에 속도조절 요구

입력 2020-11-11 17:25   수정 2020-11-12 01:4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가장 차별화한 공약 중 하나는 환경 정책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에 무관심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친환경산업을 미국의 주력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시대엔 환경 정책이 180도 달라질 것”(워싱턴포스트)이란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석유 가스 등 전통 에너지업계의 반발 △이번 대선 때 최대 격전지였던 ‘러스트벨트(동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민심 이탈 우려 △공화당 반대 등으로 정책 전환에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친환경 인사들 인수위 합류
바이든의 탈탄소 전략은 2050년까지 미국 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탄소 중립)로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전력 부문에선 이보다 앞선 2035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향후 10년간 1조7000억달러를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민간 기업들과 합치면 5조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며 이를 산업 부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게 바이든의 인식이다.

차기 정부가 집중 투자할 부문은 탄소 저감 기술과 차세대 건축 소재, 수소 에너지, 차세대 원자로, 전기차 배터리 등이다. 바이든은 집권 1기(4년)에만 청정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2조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바이든의 이런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환경주의자들이 인수위원회에 대거 합류했다. 환경보호청(EPA)을 이끌 패트리스 심스 변호사는 비영리 환경단체 ‘지구 정의’에서 활동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EPA 법률고문을 지낸 환경법 전문가 조 고프만 변호사도 인수위에서 활동 중이다.

바이든은 특히 친환경 자동차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많다. 자동차업계가 고용을 많이 창출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이어서다. 바이든은 인수위 홈페이지에서 “미국 자동차를 다시 세계 1위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핵심은 친환경차 기반시설 구축이다. 전기차 충전소를 2030년까지 미 전역에 50만 곳 설치하기로 했다. 친환경차 부문에서만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러스트벨트 민심이 변수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탄소 국경세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나 기업 제품에 관세를 더 매겨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게 목표다. 그동안 유럽연합(EU) 내에서 도입 움직임이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 반대해 왔다. 세계 GDP 1위인 미국이 EU와 함께 탄소세를 도입할 경우 글로벌 무역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바이든은 이미 석탄 등 고탄소산업에 대한 금융 보조금 지급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별도로 차기 정부가 간접적인 환경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친환경·저탄소 기업이 생산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하지만 바이든의 친환경 공약이 지금 계획대로 추진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선 격전지였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 블루칼라의 집단 반발 때문이다. 자동차, 정유 등이 밀집해 있는 이들 지역에선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러스트벨트의 민주당 의원들은 “과도하게 밀어붙였다간 2년 뒤 중간선거에서 러스트벨트 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며 바이든 측에 속도 조절 필요성을 주문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이 추가 부양책을 얻어내는 대신 친환경 관련 법안을 축소하는 협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석유 시추업체인 콘티넨털리소시스의 해럴드 햄 회장은 “환경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의회 내 동지들을 규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인수위엔 가스 수출업체 임원을 지낸 업계 인사도 많다”며 “바이든이 좀 더 온건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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