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매번 다른 일 하는 사람, AI와 경쟁서 살아남는다"

입력 2020-11-11 17:32   수정 2020-11-19 15:13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편화되면 자칫 근로자 간 불평등과 격차가 심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직무 및 작업 환경 변화에 대비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인간의 역량을 강화할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고노 마사미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은 1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0’의 온라인 특별강연(AI와 인재개발)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일본 금융청 국제금융 부문 초대 심의관을 지냈으며, OECD 내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한다.
“노동시장 양극화 대비해야”
고노 사무차장은 “AI 기술 보급은 아직 많은 국가나 기업에서 초기 단계지만, 이미 노동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많은 작업이 자동화되면서 인간은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작업 대신 자신만의 고효율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노동시장에 리스크(위험요인)이기도 하다”며 “저숙련 직종이나 단순 기술직, 엔지니어, 공인회계사 등의 직업군은 위험에 노출되는 반면 고임금, 고역량 직업군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AI 시대가 본격 도래하기 전에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노 사무차장은 AI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경우 근로자의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 알고리즘을 통한 의사결정이 근로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때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근로자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과도한 감시에 사용될 경우 사생활 침해 등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OECD는 ‘AI 정책 저장소’를 통해 AI 기술을 적용하는 원칙을 만들고 있다. 또 AI에 기반을 둔 정책 입안을 돕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OECD 차원에서 각 국가의 AI 관련 정책 입안을 지원해 글로벌 환경에서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분야 고수만 살아남아”
‘고수의 길’을 주제로 두 번째 특별강연에 나선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대통령비서실 경제과학특별보좌관)는 “AI 시대 전문가란 AI 전문가가 아니라 한 분야의 ‘고수’”라며 “고수란 축적된 전문가”라고 정의했다.

《축적의 시간》 저자인 이 교수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축적이 아니라 퇴적”이라며 “버전1, 버전2, 버전3 등 끊임없이 다듬어가는 ‘스케일업’ 과정 없이는 창의적 아이디어라 해도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수의 자리는 단 한 번의 점프로 올라설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07~2014년 미국 기업 창업자의 창업 당시 나이는 평균 41.9세지만, 성공한 기업 창업자의 나이는 평균 45세라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창업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40대가 될 때까지 창업하지 않고 뭐 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자기만의 분야에서 조금씩 스케일업해 온 것”이라며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한 것으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나이는 52세”라고 했다.

이 교수는 ‘축적을 위한 5000번의 법칙’을 제시했다. 그는 “다이슨이 새로운 청소기를 만들 때 5000번 스케일업 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얘기한다”며 “비유적으로 5000번에 걸쳐 계단을 밟아나가고 나중에는 기어서라도 올라가 팔꿈치에 상처가 가득한 사람이 곧 고수”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에서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면 AI에 쉽게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거꾸로 말하면 학력과 상관없이 매번 하는 일이 다르다면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채연/구은서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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