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억 로또분양' 던져놓고 부동산시장 안정 바라나

입력 2020-11-11 17:49   수정 2020-11-12 00:06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싼값에 나온 분양 아파트를 잡기 위한 ‘로또 청약’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0억원가량 낮아 19만 명이 몰린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단지는 청약가점이 최소 69점이 돼야 당첨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배우자와 자녀 둘을 둔 사람이 15년 이상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30대는 물론 40대 초반 무주택자들도 청약 당첨은 꿈도 못 꾸게 됐다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재건축·재개발 규제, ‘세금폭탄’ 같은 반(反)시장적 주택정책이 강화되면서 수도권 인기 지역 주택공급이 크게 위축됐고 집값은 급등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월 말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돼 로또 청약이 잇따르니, 상한제 시행 후 서울·수도권에서 나온 모든 분양 아파트 1순위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하는 지경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과도하게 비싼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가격을 지나치게 억눌러 되레 시장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약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한 30~40대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내집마련에 나서 지방 5대 광역시까지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값이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금융당국이 대출 억제에 안간힘을 쓰는데도 지난달 가계대출이 10조원 이상 불어났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청약 대기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임대차보호법까지 덮쳐 같은 단지 내에서 계약갱신청구권(2+2년)을 쓴 집과 새로 계약한 집 간의 전셋값 차이가 두 배에 이를 정도로 ‘이중가격’ 현상이 극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서민들이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오른 집값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강변했지만 이를 위해 정부가 손을 대면 댈수록 ‘시장의 역습’이 거세지는 악순환이다. 이 때문에 주택정책의 목표가 돼야 할 주거 안정은 무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들까지 원하는 곳에 집 사는 게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 정부가 어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강구하기로 했다지만 지금 같은 기조라면 요원하다. ‘10억 로또 청약’을 자초한 규제부터 푸는 게 시장 안정의 ‘열쇠’라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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