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규정·유현주, 내년 1부 투어서 못 본다

입력 2020-11-12 17:26   수정 2020-11-13 03:37


내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 투어에선 ‘필드 위 모델’ 유현주(26)와 투어 통산 3승의 백규정(25)을 볼 수 없다. 지난 11일 전남 무안의 무안CC 서·남코스(파72)에서 열린 2021시즌 A조 예선 2라운드에서 모두 커트 탈락했기 때문이다. 유현주는 이틀 합계 2오버파, 백규정은 11오버파를 쳤다. 본선 진출 기준인 상위 33명에 들려면 최소 1오버파 이상의 성적을 내야 했다. ‘코리안 드림’을 꾸던 수이샹(21·중국), B조에서 경기한 국가대표 출신 윤서연(21)도 최종 문턱에서 좌절했다.
자비 없는 ‘지옥의 문’
세계 무대에 최고 선수들을 끊임없이 내놓는 ‘화수분’ KLPGA투어의 시드 순위전 시스템은 ‘지옥의 문’으로 불린다. 백규정과 양제윤(28) 등 ‘왕년의 스타’들도 추풍낙엽처럼 속절없이 떨어지는 곳이 시드전이다. 무안CC 클럽하우스는 시드전이 끝나면 탈락한 선수들이 흐느끼는 소리로 채워진다. 시드 순위전에서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가 드림투어 상금순위(20위 이내) 자격으로 다음 시즌 정규투어에 데뷔하는 이세희(23)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공동’ 순위도 허용하지 않는다. 120명이 출전한 A조에서 똑같이 1오버파를 치고도 박유나(33)는 본선에 진출했고, 김연희(19)는 탈락했다. 투어가 공동 순위일 경우 후반 9홀 스코어를 세는 ‘카운트 백’ 방식을 써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박유나는 후반에 34타를, 김연희는 35타를 적어내 희비가 갈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탈락하는 양궁처럼 기존 스타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없다. 코스 내 갤러리 입장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 부모와 관계자도 코스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돼 있다. 선수 부모들의 손엔 꼭 쌍안경이 들려 있다. 수능 시험장 밖을 서성이는 부모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선수 4명으로 이뤄진 한 조당 하우스 캐디 1명이 따라 붙는다. 개인 캐디가 없다보니 스스로 거리를 파악하고 그린 라인을 읽어야 하는 게 일반 대회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골프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유현주 선수의 외모가 유독 부각돼 그를 따라다니는 ‘악플러’가 많았는데, 사실 1부 투어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며 “챔피언 출신 등 내로라하는 골퍼들도 희생양이 되는 곳이 이곳 시드전”이라고 했다.
한 달 전부터 베이스캠프 차리기도
시드전이 항상 같은 곳인 무안CC에서 열리기 때문에 많이 쳐볼수록 유리하다. 이 때문에 골프장 근처에서 아예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연습라운드를 하는 선수들도 있다. 지난해 한 선수는 시드전행이 유력해지자 남은 대회를 포기하고 무안으로 건너가 연습하기도 했다. 무안CC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이 바닷가에 있는 만큼 바람 세기가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며 “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드전 수석인 김초희(28)와 마다솜(21)은 각각 4언더파와 3언더파를 적어내 무난히 본선 무대를 밟았다.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일본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한 정재은(31)은 B조에서 5언더파를 쳐 국내 투어 복귀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시드 순위 예선을 통과한 100명(A·B조 각 33명, C조 34명)은 오는 17일부터 나흘간 같은 장소에서 시드 순위전 본선을 치른다. 2020시즌 정규투어 상금랭킹 61~84위, 드림투어 상금 21~25위 등은 예선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선에 출전한다. 시드 순위전은 따로 우승자를 가리지 않고 성적에 따라 시드 번호를 선수들에게 부여한다. ‘앞자리 번호표’를 받는 것처럼 시드 순위가 높을수록 선수들은 더 많은 대회에 나설 수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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