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시급성과 안전성의 백신 딜레마

입력 2020-11-12 16:50   수정 2020-11-13 00:11

영국에서 천연두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만들어진 건 1867년이었다. 에드워드 제너가 백신을 개발한 뒤 70년이 지나서였다. 백신이 영국에서 개발된 만큼 백신 저항운동도 영국이 원조인 셈이다. 영국 정부가 1853년 영·유아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이 단체 결성에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들은 백신은 이점보다 폐해가 더 많으며 더구나 정부가 접종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저항운동은 백신의 보급만큼 유행을 타면서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 백신의 등장을 과학이 문명사회에 선사한 최고의 선물로 보는 이들과 백신 접종을 ‘실패의 역사’로 간주한 이들의 충돌은 예상외로 컸다.
백신 조급증, 안전성에 리스크
미국에서 백신 저항운동이 벌어진 건 영국에서 시작한 지 불과 몇 년이 안돼서였다. 대체의학을 믿거나 특정 종교를 믿는 신자들은 새 과학이론에 대한 불신이 깊었고 더욱이 국가주도의 반강제적 예방접종은 안된다고 반발했다. 주정부 위주의 백신 정책이 한계에 이르자 케네디 대통령 이후 연방 정부가 중심이 돼 국민을 설득하고 지원하는 체제로 바꿨다.

백신 저항운동은 그래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돼지독감이 대유행하면서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을 의무화했지만 500명의 환자가 전신마비 증세를 호소했다. 백신 개발의 조급증이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오랜 기간 미국은 백신 후유증을 겪었다.

최근 미국 ABC방송이 미국민 1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의 27%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오더라도 이를 맞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거부 응답자에서 40대가 가장 많다는 건 충격적이다. 백신의 효능을 전반적으로 믿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절반을 차지한다. 느슨한 사회의 단면이거나 아니면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메시지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백신을 거부한다는 건 자칫 면역력 약화라는 개인적 수준을 넘어 질병 유행의 위험 증가라는 공중보건학적 실패로까지 번질 수 있다. 백신의 혁신을 통해 인류는 경제 발전을 이뤄냈고 사회 진보를 일궈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코로나19 극복은 과학이라며 과학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에서 백신 개발 이후 사회의 일단면이 읽힌다.
'백신 리터러시'도 국가경쟁력
미국 화이자와 독일 벤처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이런 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백신 개발의 안전성과 신뢰성은 물론 보관과 관리, 공급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벌써 나온다. 데이터도 완전 공개되지 않았으며 면역이 얼마만큼 지속되느냐도 부정확하다. 영하 70도에 보관돼야 한다는 관리 문제도 있다. 독일에선 접종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의료 종사자와 노약자가 먼저 맞는 게 원칙이지만 전염을 많이 시키는 청년 계층이 우선순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안전성과 시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에서 어느 것을 먼저 택할지는 영원한 숙제다. 중국은 이미 백신을 개발했다고 했지만 안전성 면에서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 임상 3상 시험을 끝내지 않고 개발 백신의 승인을 먼저 한 러시아엔 더욱 의문의 표가 남는다. 지금 백신 개발에 도전한 업체만 60개를 넘는다고 한다. 백신 개발 이후 보급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백신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설명되는 ‘백신 리터러시’가 코로나19 이후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로 대두될지 모른다. 정부는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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