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 대통령이 인정한 '곡물 자급률' 실패

입력 2020-11-12 16:51   수정 2020-11-13 00:09

“2030년까지 밀 자급률을 10%로, 콩 자급률을 45%까지 높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품종과 재배기술 향상에 힘쓰는 한편 국산 장류와 두부, 밀 가공품 소비를 확대하겠다”며 “해외 곡물 조달 능력을 확충하고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안전한 식량 자급자족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에 농업계는 주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에 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자급률 문제를 거론한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식량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제시된 곡물의 자급률 목표치가 문재인 정부 초반인 2018년 나온 내용과 같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희망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오히려 달성 시기만 늦춰진 것으로 나타나 허탈해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정부는 2018년 2월 발표한 ‘2018~2022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2022년까지 밀은 9.9%, 콩은 45.2%로 자급률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목표치와 소수점 이하만 다를 뿐이다. 달성 시기만 2030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는 당초 목표했던 자급률을 달성할 수 없으며, 자급률 제고 정책이 8년 퇴보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책이 후퇴한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없어 정책 실현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책 후퇴는 예견돼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밀과 콩의 자급률은 각각 1%, 25%에 불과했다. 4년 안에 밀은 10배, 콩은 2배가량 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목표가 비현실적이었다는 얘기다. 연구개발(R&D) 주무부처인 농촌진흥청의 R&D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농진청 국정감사에서 “농진청이 지난 4년간 1114억원을 투입해 301개 종자를 개발했지만 농가 보급은 120건뿐”이라고 지적했다. 양적 성과는 나오고 있지만 실제 현장의 수요는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밀산업발전법 등을 기반으로 곡물 생산기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밀을 수매하는 비축사업을 진행하고 군과 학교 등에 국산 밀 가공품을 구매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투입만으로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 수요가 커질 수 있도록 가격경쟁력 확보와 품질 개선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을 경청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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