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戰 기념비부터 찾은 바이든 메시지 제대로 읽어야

입력 2020-11-12 17:19   수정 2020-11-13 00:05

‘다시 존경받는 미국’을 내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외교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바이든은 시종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린치핀)”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린치핀은 동맹에 대한 가장 강력한 표현이다. 수시로 돈 문제를 꺼낸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한·미 동맹을 ‘가치 연대’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는 11일 필라델피아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들러 헌화하고 묵념도 했다. 당선인으로서의 첫 외부 일정을 한국 관련 이벤트로 시작한 것은 한·미 동맹에 대한 그의 신념을 잘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반이 지나서야 워싱턴DC 한국전 참전비를 찾은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의 트럼프와 달리, ‘동맹’과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바이든의 의지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과의 통화에선 “미국이 돌아왔다”고 했고, 일본 총리에게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 방어 약속을 재확인했다. 바이든의 이런 행보는 한국에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동맹관계가 삐걱대는 상황에서 지한파 대통령의 등장은 우리 이해관계를 관철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방위비 분담협상은 물론, 정체에 빠진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들고나올 경우 침묵으로 일관해온 우리 정부와의 관계는 더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우방 간 연대로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면서 한·미·일 삼각협력 재건과 양자택일을 압박할 수도 있다.

부드러운 인상 속에 감춘 바이든의 결기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부통령 시절인 2013년 방한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미국 반대편에 베팅해 좋은 적이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린 그다. 당시 기자회견에선 “핵무장한 북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직설화법을 선보였다. 엉뚱한 종전선언이나 양다리식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을 고집한다면 문 정부의 남은 임기는 트럼프 시절보다 더 큰 갈등으로 점철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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