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원격교육, 대학 몰락 앞당겨…IT기업이 대학 대체할 수도"

입력 2020-11-12 17:30   수정 2020-11-20 15:51


자그마한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오늘의 날씨는 물론 코스피 주가까지 척척 대답하는 풍경은 일상이 됐다.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전달하는 AI가 일상으로 들어온 시대에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세계적인 수학자로 꼽히는 김민형 영국 워릭대 수학연구소 수학대중교육 석좌교수는 12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0’의 ‘AI시대, 다시 교육을 말하다’ 세션에서 “AI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시대에는 수학적 사고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며 수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통계적·과학적 근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사회발전을 위해 자기 역량을 펼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수학적 사고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AI시대 수학 교육 필수”
김 교수는 수학이 과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언어’임을 강조했다. 현대 과학의 집결체인 AI가 일상이 된 시대에는 이러한 언어능력이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기초적인 능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능력을 학습하려면 수학을 어려워하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수학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어린 학생들이 수학을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어려울 때도 해야 할 때가 있다”며 “아이에게 좋아하는 음식만 먹이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이지 않을 순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이용덕 드림앤퓨처랩스 대표는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미래교육에 대해 전망했다. 원격교육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배움터’라는 학교의 전통적인 지위가 상실돼 존립이 위태로운 대학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표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수년 전에 세계 대학 중 절반이 10년 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며 “코로나19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라지는 대학의 빈 자리를 구글·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업체가 운영하는 ‘기업 학교’가 메울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구글은 지난 8월 매달 49달러의 교육비만 내면 온라인을 통해 AI 전문가 과정을 수료할 수 있는 코스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IT업체들이 교육시장에 뛰어들면서 에듀테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대학과 기업 학교가 서로 학생들을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션의 좌장을 맡은 김우승 한양대 총장도 “직업을 위한 기초 기술교육은 점차 기업들의 몫이 될 것”이라며 “대학들은 앞으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연구중심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작은 학교가 맞춤형 교육 가능케 한다”
학교 공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도 쏟아졌다. 건축가이자 도시·공간 전문가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AI시대, 다시 학교를 설계하다’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 “100년 전과 똑같은 지금 학교의 모습은 전염병에 취약할 뿐 아니라 교육에도 긍정적이지 않다”며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가 온라인 등교를 통해 변화의 기회를 줬다”고 했다.

그는 중세 교회, 고대 제단처럼 교사를 단상에 올려놓고 권위를 부여하는 학교 교육 모델은 효력을 다했다고 봤다. 유 교수는 “교사는 이제 학습을 위한 ‘큐레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개별 학교와 학급의 규모를 더 잘게 쪼개는 게 맞춤형 교육뿐 아니라 방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방역’처럼 ‘K학교’를 수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유 교수는 “지금의 학교는 산업화 시대 유럽의 모델을 답습한 것”이라며 “한국은 인재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인 만큼 온라인 교육을 활용한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만들어 역으로 해외에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 김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원장은 “지금처럼 텅 빈 교실에서 교사 혼자 노트북에 대고 수업을 하는 건 교육적으로도,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컨베이어벨트에서 쿠키를 찍어내는 것 같은 과거형 학교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학교에서는 이제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AI의 답에 비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좌장을 맡은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은 “AI에 끌려가기보다 능동적으로 학교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인용하며 “학생마다 재능과 흥미가 다른데 일방적으로 한 공간에서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게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태웅/구은서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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