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내친구' MONAMI…국내 첫 볼펜이름을 아예 사명으로 바꿔

입력 2020-11-13 17:08   수정 2020-11-14 01:35

문구용품기업 모나미의 사명은 이 회사 대표 필기구 제품인 ‘모나미 153’에서 유래했다. 모나미는 1960년대 초 필기구의 심 끝에 금속 구를 단 볼펜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단숨에 ‘국민볼펜’ 제조회사로 도약했다.

1960년 화구류 제조업체 광신화학공업으로 출발한 모나미가 국내 1호 볼펜 모나미 153을 출시한 건 1963년이다. 만년필이 주류이던 당시 문구 시장에서 잉크 칠이 필요 없고 가격 부담이 비교적 작은 볼펜의 등장은 ‘필기구 혁명’으로 불릴 만큼 파급력이 강했다.

반세기 이상 거의 변하지 않은 검은색과 흰색이 조합된 육각형 모양의 볼펜은 출시 직후부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모나미 153의 누적 판매량은 43억 개에 이른다.

모나미 창업주인 송삼석 명예회장은 1962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에서 볼펜을 처음 접했다. 그는 박람회에 참가한 한 일본인이 볼펜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편리함에 감탄해 국산 볼펜 개발에 들어갔다. 잉크가 펜 밖으로 새지 않는 적절한 점도를 파악하고 볼펜 팁과 금속 구의 형태를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약 1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볼펜 상용화에 성공했다.

모나미 153이란 이름은 사내 공모를 통해 정했다. 프랑스어로 ‘내 친구(mon ami)’라는 뜻의 모나미가 간결한 어감과 친숙한 이미지를 인정받아 선정됐다. 여기에 당시 출시 가격이 개당 15원이라는 점과 물감, 파스에 이은 이 회사의 세 번째 상품이라는 뜻에서 153을 붙였다.

광신화학공업은 1974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사명을 모나미로 바꿨다. 이 무렵 모나미 153의 한 해 판매량은 12억 개(1978년)에 달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모나미는 1980년대 들어 매직, 플러스펜, 네임펜 등으로 필기구 품목을 확대했다. 모나미가 출시한 필기구 제품의 이름들은 문구용품업계에서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필기구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모나미는 필기구 분야에서 축적한 염료 배합 기술을 바탕으로 2006년 프린터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2012년 사업을 접었다.

모나미는 주력 제품인 필기구로 재기에 성공했다. 2014년 모나미 153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1만 개 한정판으로 출시한 ‘모나미 리미티드’가 이틀 만에 완판됐다. 이 제품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십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출시한 ‘153 아이디’ ‘153 네오’ ‘153 리스펙트’ 등 2만~3만원대 필기구도 인기를 끌었다. 모나미는 일반 필기구 시장과 수십만원대 외국산 고급 필기구 사이의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모나미 관계자는 “좀처럼 변화가 없는 국내 문구업계에서 새로운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온 게 국내 1위 문구회사로 올라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모나미는 지난해 경기 군포시에 화장품 제조공장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색조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60년간 필기구 제조 분야에서 축적한 색조 배합 노하우와 사출 금형 기술력을 활용해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외 대형 화장품기업에 색조 화장품을 납품할 계획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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