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巨匠의 작품 경매로 새 주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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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15 17:17   수정 2020-11-16 00:56

잠자던 巨匠의 작품 경매로 새 주인 찾는다


한국 근대조각의 거장 권진규(1922~1973)는 한국과 일본의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릴 만큼 성공한 예술가였다. ‘한국적 리얼리즘’ 정립을 추구한 그는 이렇게 일갈했다. “우리 조각은 신라 때 위대했고, 고려 때 정지했고, 조선 때에는 바로크화(양식화)했다. 지금의 조각은 외국 작품을 모방하면서 (이런)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

일본 유학 시절(1949~1959년) 석조와 브론즈 작업을 했던 그는 귀국한 뒤 본격적으로 테라코타 작업에 열중했다. “돌도 썩고 브론즈도 썩으나 고대의 부장품이었던 테라코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잘 썩지 않는다”면서. 1965년 한국신문회관에서 열린 제1회 개인전을 통해 ‘테라코타 작가’라는 이름을 얻은 그가 남긴 테라코타 작품은 200여 점에 달한다.

권진규의 테라코타 작품이 무더기로 경매에 나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11월 메이저 경매가 무대다. 이날 경매에선 ‘상경’ ‘혜정’ ‘선자’ 등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테라코타 인물상 3점, 기마상 1점,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테라코타 추상 부조 4점, 나무 추상조각 1점 등 권진규의 조각 작품 9점이 새 주인을 찾는다. 인물상 ‘상경’은 추정가 2억5000만~5억원, ‘혜정’은 2억~4억원에 나오는 등 9점의 낮은 추정가를 합쳐도 14억원에 달한다.

권진규는 유난히 사실적인 자소상과 인간 두상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여러 형태의 조각 작품을 제작했다. 석고, 석재, 목조, 브론즈 같은 전형적인 소재는 물론 전통적인 건칠 기법을 응용한 작품도 20여 점 남아 있다. 그의 첫 개인전 자료를 봐도 구상적 인체 조각부터 추상적 도상의 부조까지 출품작이 광범위하다. 권진규의 다양한 작품 세계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이번 출품작들은 한 점을 빼고는 대부업체의 창고에서 잠자다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작가의 유족은 2015년 강원 춘천에 권진규미술관을 지어주겠다는 옥광산 업체 대일광업에 작품 일체를 40억원에 넘겼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은 미뤄졌고, 오히려 작품들이 이 회사가 빌린 돈의 담보물로 잡혔다.

유족은 소송 끝에 작품을 되찾는 대신 40억원을 돌려주기로 했고, 변제금 마련을 위해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변제금이 정리되면 총 700여 점에 이르는 작품과 자료들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한 상태다. “내가 만든 아이(작품)들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했던 권진규. 그의 작품은 이제 누구의 품에서 안식을 얻게 될까.

K옥션의 올해 마지막 메이저 경매인 이날 경매에는 김환기의 1958년작 ‘항아리와 날으는 새’(9억~17억원)가 최고가 작품으로 나온다. 푸른 공간을 배경으로 새 한 마리가 항아리 위를 힘차게 날갯짓하는 작품이다. 이중섭의 1954년작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8억5000만~15억원)은 두 아들과 부인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뒤 그린 것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소망했던 그의 유토피아를 작품 속에 실현했다.

황술조(1904~1939) 오지호(1905~1982) 양달석(1908~1984) 등 한국 근대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 8명의 작품도 ‘한국 근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소개된다. 박수근 천경자 김창열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등 거장들의 수작과 마르크 샤갈, 구사마 야요이, 쩡판즈, 줄리언 오피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다양하게 출품된다. 안평대군과 양사언, 한호 등 조선 서예 대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대동휘적(大東徽蹟)’은 추정가 2억2000만~4억원에 나왔다.

경매 출품작은 총 176점, 130억원어치다. 경매 당일까지 K옥션 전시장에서 프리뷰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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