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마이크론의 '176단 적층신공'…삼성·하이닉스 "반도체 더 높이 쌓아라"

입력 2020-11-15 17:58   수정 2020-11-23 18:28

낸드플래시 업계 6위인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개했다. 업계에선 “언더독(우승 가능성이 낮은 팀)의 반란”이란 평가가 나온다. 선두 업체가 한 발 앞서 신기술을 내놓는 전례가 깨졌기 때문이다.
적층경쟁 치고 나가는 마이크론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품을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176단은 데이터 저장 공간인 ‘셀’을 수직으로 176층으로 쌓았다는 의미다. 마이크론의 선전포고로 반도체 업체들의 ‘적층’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적층은 용량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의 비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기술력의 척도로 꼽힌다.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건설사가 건물을 고층으로 올릴수록 더 많은 사무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마이크론 측은 “176단 제품의 면적은 기존 주력 제품인 96단 낸드플래시보다 30% 줄었고, 데이터 처리(읽기·쓰기) 속도는 35% 이상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128단까진 삼성 SK하이닉스가 주도
적층 경쟁의 진원자는 삼성전자다. 원래 셀은 단층으로 배열됐지만 삼성전자가 2013년 처음으로 24단 3D 낸드를 공개하면서 적층이 일반화됐다. 미세공정 진전에 따른 셀 간 간섭을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업계의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여기에 최근 데이터 처리 규모가 커지면서 적층 단수가 높은 ‘고용량’ 낸드 수요가 늘고 있다.

128단 낸드 개발·양산 레이스까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이 치고 나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128단 4D 낸드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4D 낸드는 셀 작동을 관장하는 주변부 회로인 ‘페리’를 셀 아래에 배치해 공간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8월 “세계 최초로 ‘6세대 V낸드’를 기반으로 한 기업용 PC SSD(데이터저장장치)를 양산해 글로벌 PC 업체에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6세대 제품을 SK하이닉스와 동일한 128단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낸드플래시 세계 6위 마이크론이 176단으로 치고 나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7세대 V낸드’라고 부르는 170단 이상 제품을 내년 상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마이크론보다 양산 시점이 늦어진 건 적층 공법을 바꿨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176단 4D 낸드를 내년 상반기께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따라잡혔다” 우려도 커져
향후 낸드플래시 업체 간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체제’가 확고한 D램 시장과 다르다. 2위부터 6위까지 다섯 개 업체의 점유율 격차가 최대 7.1%포인트에 불과하다. 중국 YMTC 등 후발 업체들도 “올해 안에 ‘128단 낸드’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할 만큼 주도권 싸움이 뜨겁다.

시장을 주도했던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해외 업체에 따라잡혔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수율을 함께 고려해야겠지만 적층 단수만 놓고 보면 마이크론 기술력이 삼성전자를 앞질렀거나 최소한 대등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반도체 전문 인력 육성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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