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6일부터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본격 심의한다. 한국은행도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물가 안정만 고집하지 말고 금융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고용 안정을 도모하라는 취지다. 한은은 “고용 안정을 위한 한은의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며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물가 안정만 추구할 것이라면 조직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라”며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21대 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은 총 다섯 건 발의돼 있다. 상임위인 기재위의 야당 간사인 류 의원은 한은법 1조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여당 간사인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동 발의자로 올라 있다. 이처럼 여야 정치권이 발벗고 나선 이유는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Fed 등 외국 중앙은행에 비해 한은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고 의원은 “당분간은 한은이 가만히 있어도 ‘2% 미만’의 저물가가 지속된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은이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한은은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조직 내부에선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고용 안정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은 조사국장 출신인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 안정을 뒷받침할 한은의 정책 수단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은이 과거 고성장, 고물가 시대의 중앙은행 역할을 고집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류 의원은 “한은이 물가 안정 기능만 수행하려면 조직, 인력을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은 임직원은 약 2500명(2019년 말 기준)으로 정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230명)와 금융감독원(2200명)을 합친 수보다 많다.
금통위가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한은에 손해를 끼친 경우 금통위원들도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한 법 25조도 신속한 자금 지원을 막는 법 규정으로 꼽힌다. 임정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 공정거래위, 방송통신위 등 국내 합의제 정책기관은 물론 해외 중앙은행법에는 없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좌동욱/김익환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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