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장기화…정유업계, 끝모를 불황 터널

입력 2020-11-16 15:11   수정 2020-11-16 15:13


국내 정유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저유가와 수요 위축으로 인한 정제마진 악화로 불황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유사가 만든 제품을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업체 실적은 엇갈리고 있다. 석유화학업종에서도 응용소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침체 계속되는 정유 부문
올 상반기 5조원에 육박하는 최악의 영업적자를 낸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엔 2900억원대의 영업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영업손실 290억원, 93억원을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에 영업이익 352억원을 올렸다.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GS칼텍스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2971억원으로, 정유 4사 중 가장 성적이 좋았다.

문제는 정유 4사의 주력 업종인 정유 부문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유업체의 3분기 실적은 정유 부문보다는 비정유 부문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2분기 연속 흑자를 낸 현대오일뱅크도 비정유 사업의 선전이 컸다.

정유사의 대표 수익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둘째 주 배럴당 1.6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은 등유 경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 2월 이후 배럴당 2달러 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다. 지금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특수 누리는 화학업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주요 제품의 수요 호조로 수익성이 뚜렷이 개선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과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수요가 늘면서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올레핀(PO) 등 화학제품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성수기인 4분기를 앞두고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면서 가전제품의 소재인 고부가가치합성수지(ABS) 가격도 크게 뛰었다.

LG화학은 올 3분기 분기 사상 최대인 90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20%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등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한화솔루션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2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9.6%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케미컬 부문 영업이익이 1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8% 증가한 영향이 컸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3분기 21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 전망치(1905억원)를 12.2% 웃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은 212.7% 늘었다. 올 1·2분기에 이어 3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기초는 하락…응용은 강세
석유화학업체들은 납사분해설비(NCC)를 통해 납사를 분해해 원료인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이 원료들은 PVC, PO, ABS 등의 소재 생산에 쓰인다. 납사(나프타) 가격이 하락할수록 원가가 낮아진다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납사의 3분기 평균 가격은 t당 397달러로, 전년 동기(491달러)에 비해 20% 이상 떨어졌다. 원료인 납사를 생산하는 업체는 정유사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납사를 비롯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제품을 생산해 판매한다. 납사 가격이 급락하면서 정유사는 손해 보고 제품을 팔고 있다.

석유화학소재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일회용 쇼핑백 등 포장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 계열 제품 가격은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PE의 기본 재료인 에틸렌 가격은 지난 10월 한 달간 전월 대비 7.3% 급락했다. 필름 등의 소재가 되는 폴리프로필렌(PP)은 같은 기간 7.5% 상승했지만, 기본 재료인 프로필렌은 가격이 1.1% 떨어졌다. 이른바 ‘기초소재 가격 하락, 응용소재 가격 상승’ 현상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최근 2~3년 새 대대적으로 기초소재 중심으로 투자했다”며 “이 물량이 올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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