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저유가와 수요 위축으로 인한 정제마진 악화로 불황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유사가 만든 제품을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업체 실적은 엇갈리고 있다. 석유화학업종에서도 응용소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정유 4사의 주력 업종인 정유 부문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유업체의 3분기 실적은 정유 부문보다는 비정유 부문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2분기 연속 흑자를 낸 현대오일뱅크도 비정유 사업의 선전이 컸다.
정유사의 대표 수익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둘째 주 배럴당 1.6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은 등유 경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 2월 이후 배럴당 2달러 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다. 지금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LG화학은 올 3분기 분기 사상 최대인 90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20%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등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한화솔루션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2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9.6%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케미컬 부문 영업이익이 1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8% 증가한 영향이 컸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3분기 21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 전망치(1905억원)를 12.2% 웃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은 212.7% 늘었다. 올 1·2분기에 이어 3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석유화학소재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일회용 쇼핑백 등 포장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 계열 제품 가격은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PE의 기본 재료인 에틸렌 가격은 지난 10월 한 달간 전월 대비 7.3% 급락했다. 필름 등의 소재가 되는 폴리프로필렌(PP)은 같은 기간 7.5% 상승했지만, 기본 재료인 프로필렌은 가격이 1.1% 떨어졌다. 이른바 ‘기초소재 가격 하락, 응용소재 가격 상승’ 현상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최근 2~3년 새 대대적으로 기초소재 중심으로 투자했다”며 “이 물량이 올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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