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높게 써도 무의미" 기관들 불만

입력 2020-11-16 17:29   수정 2020-11-17 01:32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의 배정 물량을 확대하는 내용의 기업공개(IPO)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기관에 공모주를 배정하는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식 배정을 맡은 상장 대표 주관사들이 인수희망 가격, 의무보유 확약 등과 무관하게 배정 권한을 갖고 있어 형평성 문제는 물론 특정 기관과의 유착 문제도 발생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발표할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 개선’ 방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발표된 초안에 따르면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일반투자자들에게 배정하는 IPO 물량을 30% 선까지 늘리는 방안을 금융위는 검토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전체 IPO 주식 수의 최대 20%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 나머지 80%는 우리사주조합(최대 20%), 하이일드펀드(10%)와 기타 국내외 기관투자가(최대 65%)가 나눠 갖게 된다. 개인투자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 물량을 줄여야 하는 구조다. 금융위는 개인 의무 배정 비율을 일단 25%로 늘리고, 우리사주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면 최대 5%까지 개인에게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청약 비중이 축소될 예정인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기관 배정 물량을 줄이더라도 공모주 배정 방식을 더욱 공정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 제도하에서 상장주관사는 투자자의 유형에 따른 비중을 바탕으로 각 기관에 물량을 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주관사는 수요 예측을 통해 기관별 인수희망 가격 및 수량, 의무보유 확약 내용 등을 고려한다. 상장 대상인 발행사가 공모가를 결정하면 주관사는 주식을 배정한다. 청약 금액에 경쟁률을 곱한 주식을 배정받는 개인과 달리 기관은 주식을 받기 전까지 배정 주식 수를 알 방법이 없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런 제도로 인해 주관사가 상장하는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개별 기관과의 관계를 고려해 주식을 배정하는 ‘대리인 딜레마’가 만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공모주펀드 매니저는 “소규모 전문사모운용사 가운데에서는 펀드 마케팅 단계에서부터 주관사와의 밀월관계를 내세워 상품을 홍보하는 기관도 존재한다”며 “1117 대 1을 기록한 빅히트 수요 예측에서 특정 사모펀드는 의무보유 확약 없이 전체 펀드 순자산의 10%를 배정받았지만 6개월 예수를 걸었던 대형 공모펀드 운용사들은 펀드 순자산의 2%도 배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IPO를 맡은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런 공정성 논란이 기관 간 형평성을 추구한 결과라는 설명도 나온다. 한 증권사 주식발행(ECM) 담당자는 “기관의 인수 희망 규모도 고려하지만, 기관별로 얼마를 배정했는지도 중요한 만큼 대형 기관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이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IPO 제도 개선 방안에는 기관에 대한 공모주 배정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에게 공모주 배정 물량을 늘리는 건 정치적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추진하지만, 금융위는 공모주 배정과 시초가 산정 등은 가급적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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