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美보다 두려운 한국의 재정적자

입력 2020-11-16 17:51   수정 2020-11-17 01:03

올 1월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연간 재정적자가 8년 만에 1조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는 나쁘지 않으나 돈 쓸 곳이 지나치게 늘었다는 것이다. 매년 10월 시작하는 미 회계연도가 3개월여 지난 시점이었다. 결과는 3조1000억달러 적자였다. 지난 9월 마감한 2020회계연도에서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달 적자도 3000억달러에 육박했다. 물론 예상하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다. 경기 추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풀었지만 기업·가계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세수가 감소했다. 미 의회가 올 3~4월 네 차례에 걸쳐 통과시킨 부양 예산만 2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16.1%로 치솟았다. 2차 세계대전 마지막 해인 1945년 후 최고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중앙은행(Fed) 의장은 최근 “가장 우려하는 건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이라고 했다.
미 올해 재정적자만 3조달러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는 한몸이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 채무 비율은 GDP 대비 102%로 뛰었다. 정부 채무가 GDP를 초과한 것 역시 7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줄곧 재정 지출을 늘렸던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 등과 정부 빚이 경제 규모를 초과하는 ‘부채 국가’ 대열에 미국이 합류하게 된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이 코로나 대응을 위한 추가 부양책을 확정하지 못한 채 올여름부터 갑론을박만 벌여온 배경이다. 공화당은 부양책이 최대 5000억달러를 넘어선 안 된다는 방침이다. 만에 하나 또 다른 위기가 터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는 돼야 한다고 맞선다. 일단 경기를 살려야 더 큰 세출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3차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조짐이 일고 있어서다. 부분적이나마 경제 재봉쇄가 현실화하면 재정 적자가 더 늘 수 있다. ‘코로나 이후’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재정이 취약해진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미국이라도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7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미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급증한 재정 적자는 달러가치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럼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빚 늘면 증세 폭탄 맞을 수도
미국으로선 달러가 기축통화인 게 그나마 다행이다. 발권력을 동원해도 통화 팽창에 따른 부담을 달러 보유국들이 조금씩 나눠질 수 있어서다. 세계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 중 달러 비중은 62%나 된다. Fed 역시 ‘제로금리’를 유지해 전략적으로 국가 채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Fed는 적어도 2023년까지는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상태다.

재정 적자는 미국만의 우려가 아니다. 한국의 올해 1~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8조4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57조원)의 두 배 규모다. 올해 국가 채무는 역대 최대인 847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 일본과 달리 기축통화국이 아니란 점이다. 재정 적자와 채무가 동시에 늘면 반드시 상응 대가를 치러야 한다. ‘코로나 이후’ 증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는 그래서 나온다.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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