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투입되는 국적항공사 합병, 남은 과제 만만찮다

입력 2020-11-16 17:50   수정 2020-11-17 00:59

정부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제 코가 석 자인 대한항공이 설마”라는 회의론을 뒤로하고, 인수설이 불거진 지 3~4일 만에 인수가 전격 확정됐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면 대한항공이 총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구조다. 내년 6월까지 지분확보를 마무리하고 2022년에는 세계 7위의 거대 합병 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일정도 나왔다.

정부는 “많은 근로자가 고용불안에 내몰려 항공산업의 선제적 재편이 절실하다”는 점을 통합 사유로 꼽았지만 꼼꼼히 따져볼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는 물론이고, 글로벌 항공업계의 민영화 추세에도 역행하는 결정이어서다. 매각 발표 브리핑에서도 스스로 강조한 것처럼 정부는 “양대 대형항공사(FSC) 체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제3자 매각이 불투명하다’며 단일 FSC로 이행하겠다니 혼란스럽다. 본말이 전도된 느낌도 든다. 코로나 이후 상황이 변하면 다시 양대 항공사 체제로 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해명이다.

아시아나 매각이 불발한 핵심 이유는 시장가보다 높은 매매가와 고용승계 등 과도한 조건에 집착한 때문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가격을 조정하고 인수자에게 더 많은 재량을 준다면 얼마든지 원매자를 찾을 수 있다. 이미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항공업계에 8000억원을 추가지원해 ‘준(準)국유화’ 독점 항공사를 출범시키는 것은 경영리스크를 확대시키고 정부의 간섭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일단 8000억원으로 시작한다지만,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거대 항공사에 부실이 생기면 추가 자금지원이 불가피하다. KCGI라는 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의 우호세력을 자처하는 것도 공정한 시장질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위기를 앞세워 구조조정 원칙이 무시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 정치 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이 ‘산으로 간’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다. 항공사 합병에도 정치적 고려가 우선한다면 두고두고 후유증을 부를 것이다. 자구(自救) 전제, 일관성, 한시성이라는 채권단 자금지원 조건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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