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경 "'운동뚱' 진짜 하기 싫었는데, 인생 바뀌어"

입력 2020-11-18 09:46   수정 2020-11-18 09:48



김민경이 테이블에 고정된 아령을 한 손으로 들어올릴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인기를 모을지 누가 예상했을까. 태릉이 빼앗긴 개그우먼, 체육대신 제육, 운동대신 우동을 택한 김민경은 '금수저'보다 더 귀한 '근수저'를 자랑하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천수, 양준혁 등 전설적인 운동선수들도 인정한 탁월한 운동신경, 여기에 타고난 성실함까지 더해져 웹 예능 '시켜서한다!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은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놀라움과 재미, 감동까지 선사한다. 발리슛을 성공한 후 "내가 한 게 어려운거야?"라고 천진난만하게 묻고, 300kg 리프트를 올리고도 "이게 힘든 거야?"라는 김민경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1월 '운동뚱' 참가자를 복불복으로 뽑는 '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운동이 너무 하기 싫어서 책상에 붙은 아령을 들어 올린 것"이라던 김민경은 "'운동뚱'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지 상상도 못했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여전히 운동은 힘들고, 촬영하고 난 후엔 몸도 너무 아프고, 프로그램 이름대로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서도 "잘한다고 해주시고, 좋아해주시니까 계속 하게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운동뚱'을 시작하고 10kg이 빠지고, 혈색도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광고도 찍고, 많이 관심도 가져주시는데 '맛있는 녀석들' 다른 멤버 누구도 '내가 대신 할 걸'이라는 말은 안했다"고 전해 폭소케 했다.


▲ '맛있는 녀석들'의 세계관이 확장돼 '운동뚱' 멤버 선발 복불복이 진행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김민경 씨가 이렇게 잘해낼 줄 아무도 몰랐을 거다. 이번에 야구까지 2주만에 마스터한 걸 보며 다들 놀라더라.

그냥 몸이 가서 그렇게 하는 거 같다. 제가 스포츠에 대해 무지하다. 단순하게 차라고 하면 차고, 잡으라고 하면 잡고, 그 후에 '잘했어'라고 칭찬하면 기분 좋고, 그런 거다. '네가 발리슛을 한 거야', '수비를 한 거야' 이렇게 말해주셔도 그게 어떤 건지 사실 잘 모른다.(웃음) 이 프로그램 이름과 취지와 같은 게, 전 항상 시켜서 했다. 일단 시키는 건 열심히 잘하려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운동뚱'도 그렇게 임했기 때문에 더 반응이 좋았던 거 같다.

▲ 만약 김민경 씨가 걸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제 인생도 이렇게 바뀌지 않았을 거 같다. 저는 정말 운동하기 싫어서 상을 들어 올렸다. 뜯으면 뽑히겠지란 생각을 했지 탁자가 들릴 거란 생각은 1%도 못했다. 책상이 들리는 순간, 내 의지는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두 손으로 들면 탈락'이라고 해서 한손으로 버틴 거다. 거기에 양치승 관장님 얼굴을 보는 순간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뒷걸음질을 친 거다.

▲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을까.

아이돌도 트레이닝 코칭을 하는데 해외 스케줄 있어도 공항까지 따라가서 운동 시키고 보낸다고 하더라. 그리고 성훈 씨 하는 걸 방송에서 보면서 운동과 관련해선 배려가 없는 분 같았다. 씩 웃으며 "나중에 봐요"하는데, 너무너무 무서웠다. 방송이 아니었으면 가지 않았을 거다.


▲ 처음 운동을 하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했다.

힘들었다. 런닝머신마저 힘들었다. 그래서 징징거리기도 하고 투정도 부렸다. 별의별 걸 다 해봤다. 그 모습이 다 남겨 나갔어도 '맛둥이'('맛있는 녀석들' 애청자) 분들이 이해해주시더라. 처음 녹화를 가기 전엔 영식이 형('맛있는 녀석들' 연출자 이영식 PD)에게 "난 정말 예능 안하고, 운동만 할 거야. 재미없을 거야"라고 했다. '이걸 누가 보겠나' 싶었다. 금방 내릴 거 같았다.

▲ 그런데 첫 방송부터 터졌다.

너무 잘나왔다. '재미없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왜 운동하는 것에 관심을 가질까', '이게 뭘까' 싶었다. 기분은 좋은데, 행복하고 고마운데, '운동은 계속 해야하네'라는 생각이 함께 오더라. 그때 영식이 형이 "네가 열심히 하니까, 네가 '맛둥이'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으니 응원하는거 같아"라고 말해줬다. 그 말에 더 최선을 다하게 됐다. 촬영을 끝내고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플 때도 있었다. 축구를 할 땐 '뻥' 공을 찬 후 발바닥이 너무 아파 걸어다니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할 땐 최선을 다했다.

▲ 자라면서 이렇게 운동에 소질이 있다는 걸 몰랐나.

타고난 근력이 있다곤 생각했다. 언니, 동생이 모두 운동을 하기는 했다. 다들 그렇게 운동만 하면 칭찬을 받았다곤 하더라.(웃음) 근력의 비법은 계란같다. 저는 삼겹살도 20살 넘어 처음 먹어봤다. 우유도 못먹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근력이 좋을까, 뼈가 튼튼할까 생각해보니 집에서 어릴 때부터 계란을 많이 먹었다. 매 끼니때마다 계란후라이는 기본이었다. 2명이서 5개는 먹었다.

▲ 운동을 하면서 이전보다 건강해진 모습이다.

혈색이 좋아졌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제 스타일리스트도 "땀을 흘려도 예쁘게 흘린다"는 말을 해주더라. 점점 몸이 단단해진 느낌이 제 스스로 들었다. 체중적으로도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인바디를 쟀는데, 그때 결혼식이 있어서 밥을 먹고 가기도 했지만 최근 잰 걸 보면 9~10kg 정도 빠졌다. 빼려고 한 건 아니었고, 운동을 안하다 해서 효과를 본 거 같다. tvN '나는 살아있다' 촬영도 있었고.

▲ '운동뚱'을 하면서 송병철, 유민상과 삼각관계도 불거졌다.

(영혼없는 목소리로) 제 인생에 이런 스캔들이 나다니, 참 좋다. (진심을 담아) 둘다 좋은 사람이고, 제가 좋은 여성들을 소개시켜주고 싶을 만큼 인성이 괜찮은 분들이다. 그들이 결혼을 해도, 제가 결혼을 한다고 해도 서로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꼭 둘과 해야 하나.(웃음) 그런데 제가 이런 질문을 받고 답을 할 거라곤 정말 생각도 못했다.

▲ 원래는 소식을 한다고 들었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처럼 많이 먹지 않는다고.

저를 아는 친구들은 '맛있는 녀석들' 방송을 보고 "괜찮냐"고 묻기도 한다. '소식' 정도는 아니지만, 방송에서 나오는 만큼 항상 먹는 편은 아니다. 촬영을 할 땐 일부러 먹지 않고 간다. 배고픔이 있어야 더 맛있게 먹으니까. 그래서 첫끼를 못먹는 걸로 걸리면 괴롭다. 두번째부터는 앞에서 먹은게 있어서 버틸만 하지만, 처음은 힘들다. 방송을 계속 하다보니 어딜가도 맛있게 먹는 버릇이 생겼다. 보는 눈을 의식하고, 방송하듯 먹는 거 같다.

▲ 그런데 '맛있는 녀석들'에서 정말 맛있게, 행복하게, 똑똑하게 먹더라.

처음엔 제가 음식을 '와구와구'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왜 입을 쫙쫙 벌려서 안먹냐'는 반응도 많이 달렸다. 어디가서 '맛없게 먹는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는데, 워낙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서 그런거 같더라. 그런 사람들을 보며 저도 배웠다. 창조적인 조합도 함께 체험하면서 몸에 익숙해진거다. 공식을 외우듯 쌈은 입안 가득 먹고, 하얀 쌀밥은 김치가 어울리더라. 맛있게 먹는 소리도 배워서 내고, 그런 팁들이 생겼다.

▲ 김민경에게 '맛있는 녀석들'은 특별한 프로그램일 거 같다.

맞다.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밖에 나가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상처가 나도 '고생했어'라고 말해주는 제 식구, 친정같은 느낌이라면, '맛있는 녀석들'은 저를 발전시켜주고 끌어준 프로그램이다. 저의 첫 고정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오래갈 지 몰랐고, 제 인생을 바꿔놓았다. 거기에 '운동뚱'까지 만들어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 '맛있는 녀석들'이 첫 방송을 시작한지 내년 1월이면 딱 6년이다. 긴 시간 사랑받는 이유가 있을까.

편안함같다. 방송 나와서 하는 말과 태도가 그대로 느껴지는데, 저희가 정말 즐겁다는 걸 느끼는 거 같다. 매주 목요일 촬영하는데, 다른 프로그램 가면 신경쓸게 많고 부담될 때가 있는데, '맛있는 녀석들'은 넷 다 친구들을 만나 밥먹고 오는 느낌이다. 행복하고, 장난을 치는 것도 재밌고, 즐겁다. 이게 모든 출연진이 개그맨이라 그런거 같다. 서로 알고 이해하는게 있다.

▲ '친정'인 '개콘'이 올해 종영됐다.

'개콘'은 꿈의 무대였다. '개콘'이 없었다면 이렇게 올 수도 없었고, 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프로그램이라 폐지가 결정됐을 때 아쉬움이 컸다. 후배들 걱정도 됐다. 그들에겐 생계량 직결된 일터이자 직장이니까. 그래도 아직 tvN '코미디 빅리그'도 있고, JTBC '장르만 코미디' 같은 프로그램들이 생기면서 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개콘'에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개그맨 중에도 정말 재능이 많은 사람이 많다.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재능을 유튜브나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 잘되는 사람들도 많더라. 그들을 보며 '내가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구나', '나도 닫혀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 '맛있는 녀석들'을 함께한 개그맨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 등은 '운동뚱'이 잘되는 걸 보며 부러워하진 않았나.

다들 열심히, 잘하라고만 한다. '내가 할 걸 그랬다' 이런 말하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운동을 하겠다는 사람도 없다. 세윤이는 '댄스뚱'을 하지 않나. 너무 힘들다며 "누나, 바꿔서 해볼래?"라고 하더라. 세윤이는 운동을 했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힘들다고 하니 "절대 싫다"고 했다.(웃음)

▲ '운동뚱'을 하면서 재밌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평이 있을까.

댓글의 센스는 개그맨도 따라가기 힘들다. '운동뚱'이나 '민경장군'에 댓글보러 자주 들어간다. 힐링이 필요할 때 본다. 방송 못했다 싶을때 자존감 높이러가는 식이다.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저보고 평생 운동할 생각이 없냐는 분도 계신데, 짧게짧게 하니까 더 잘해보이는 거 같다. 어떤 종목이든 선수는 오래 꾸준히 해야하는데, 저는 며칠 하는 것도 너무 힘들더라. 모든 운동선수들이 대단한 거 같다.

▲ 적성에 맞는 운동이나 도전하고 싶은 종목이 있나

말조심해야한다. 영식이 형이 다 보고 있다.(웃음) 해보고 싶은 종목은…없다. 적성에 맞는 것도…모르겠다. 다만 운동을 하면 '아, 이런 매력이 있구나'라는 건 느끼는 거 같다. 골프도, 축구도 다 힘들었지만 공을 차고 희열과 공과 발이 딱 맞을때 소리가 엄청나다. 운동을 끝낸 후엔 정말 아픈데, 할 당시엔 그걸 모른다. 칭찬을 받으면 신나고, 스트레스도 풀리더라.

▲ 도전의 아이콘이됐다.

도전은 아직도 무섭다. 전 여지껏 뭘 시켜서 해왔다. 유일하게 시켜도 하지 않았던 일이 연극을 하겠다고 서울에 올라온 거였다. 개그맨이 된 거 외엔 항상 시켜서 뭐든 해왔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항상 최악을 생각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다.

▲ '운동뚱'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아직 공개가 안됐는데, 야구 마지막 영상에서 '안타를 못치면 계속하고, 치면 1년만 하자'고 했다. 스포일러이니 말하진 않겠다.(웃음) 영식이 형이 저에게 "네가 못하는 건 못해 돼. 다 잘할 필요 없어"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제 욕심과 성격엔 그럴 수 없다. '이왕 하는데 약속 지키면서 하는데, 잘해야지 왜 못해'라는 게 있다. 승부욕도 점점 강해진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을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 제 주변엔 개그맨 뿐이라 그런지 다들 웃음을 주는 걸 좋아하고, 착하다. 제 주변 사람이라 그렇게 느낄 수 있는데, 저희끼리는 "착한 사람끼리, 착한 프로그램을 하자"고, "그러기 위해 우린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이 자체가 구속이 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될 정도는 아니다. 누군가에게 기분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고, 착한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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