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분석원 '감시·처벌·불통'의 감독기구 되나

입력 2020-11-17 17:37   수정 2020-11-18 02:51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겠다며 설치를 추진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사실상의 감독기구로 작동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관되게 감독기구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하지만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된 근거 법안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다양한 감시와 처벌 권한을 폭넓게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부동산 거래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기능을 대거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은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을 위해 마련된 사실상의 정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신고된 부동산 거래 조사를 위해 사업자등록 정보, 과세 정보 등을 국세청 등 관계 행정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금융거래정보와 신용정보도 금융회사 등에 요청해 받을 수 있다. 조사를 통해 확보한 정보가 형사사건 수사, 조세탈루 조사, 조세체납자 징수, 금융감독업무 등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국세청장, 금융위원장 또는 금융감독원장에게 보낼 수도 있다.

법안은 공공주택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는 물론이고 ‘그 밖에 필요성이 인정되는 거래’까지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에 의무 등록하도록 했다. 개인 간 부동산 거래 내역을 정부 입맛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매 당사자를 비롯한 모든 부동산 거래 주체에 대한 처벌 조항도 담겼다. 허위 매물을 올리는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거래가격을 담합하는 경우 등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카카오톡 등 온라인 메신저까지 정부가 들여다보며 정보 공유를 시세 조작으로 몰아 처벌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정부가 직접 법안을 제출하지 않고 의원입법 방식으로 도입하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입법은 입법예고, 공청회,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의원입법은 이런 절차 없이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정부가 의견 수렴 절차를 간소화하고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각종 부동산 정책 발표에서 보여줬던 ‘불통 행보’를 다시 되풀이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이 법안에 대해 이날까지 등록 의견을 쓴 국민은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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