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인사이트] 전기차·자율주행 감잡은 車업계 "플라잉카는 우리가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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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17 17:52   수정 2020-11-18 02:36

[오춘호의 인사이트] 전기차·자율주행 감잡은 車업계 "플라잉카는 우리가 주도"

일본 오사카부(大板府)가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차)를 개발하기 위한 원탁회의를 17일 시작했다. 원탁회의엔 가와사키중공업과 플라잉카 전문기업인 스카이드라이브 등 약 40개 기업이 참여했다. 배터리 등의 기술 개발과 사회의 수용성 향상 등이 주요 논의 사항이었다고 한다. 2025년 국제 박람회 개최도 예정돼 있는 만큼 이 기회에 오사카를 플라잉카 허브로 만들려는 지자체의 전략이 읽힌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지사는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행정이 깃발을 드는 게 중요하다”며 “지자체는 플라잉카 환경을 조성하고 제도를 마련하는 데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도 지난주 플라잉카 공항 허브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올랜도국제공항과 비슷한 규모로 짓는다고 한다. 독일의 플라잉카 벤처기업 릴리움과도 계약을 맺었다. 릴리움이 올랜도의 새 허브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80만달러의 세금 환급금을 시 정부가 승인했다. 릴리움의 플라잉카는 2023년 상용화가 목표다. 도시의 고용 증가와 경제 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올랜도의 생각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아예 뉴질랜드 전역을 ‘플라잉카 시험장’으로 자처하고 나서 기업들의 시험비행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술 더 뜬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8월 2022년 연구개발(R&D) 예산 순위에서 미래 컴퓨팅 생태계 지원과 자율주행 및 자율비행 차량 인증기술을 우선으로 뒀다. 운송 차량의 안전과 보안을 효과적으로 검증하는 데 필요한 기술에 예산을 먼저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R&D 우선순위가 자율주행과 자율비행의 인증기술 개발이었다. 항공 표준과 인증에서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하늘을 나는 차’ 선점에 정부와 지자체까지 나서고 있다는 건 매우 주목할 일이다. 관련 기업들을 끌어모으고 집적시키는 것을 21세기 도시와 국가경쟁력의 관건으로 보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첨단산업이 들어서면 고용이 늘어나고 도시에 활기가 돈다. 모빌리티 산업은 더욱 더 그렇다.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기업들 경쟁 치열
기업 간 플라잉카 경쟁은 더욱 뜨겁다. 이미 플라잉카를 개발하고 있다는 기업과 단체만 200개가 넘는다. 다임러와 포르쉐 아우디 도요타 현대차 등 자동차기업은 물론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업체,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항공 벤처기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플라잉카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합작이나 관련 기업투자 및 공동개발 형태로 합종연횡을 시도한다. 시범테스트에 성공한 기업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횟수가 늘어난다. 많은 기업이 3~4년 내에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일 다임러가 출자한 볼로콥터와 중국 이항도 2인승용 기체를 수십m 상공에서 비행에 성공한 지 오래다. 이들의 상용화 목표도 2023~2024년이다. 우버는 2023년 미국과 호주에서 무인 자율비행 상용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NEC와 이토추상사 등이 투자한 스카이드라이브는 지난달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4m 상공에서 시속 150㎞로 4분 정도 날았다. 영국의 자산운용회사 베일리기퍼드가 투자한 릴리움은 지난해 5인승 시험비행을 마치고 2025년 실용화에 나선다고 한다. 현대차도 올해 CES에서 5인승 플라잉카를 선보이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자율주행보다 자율비행이 오히려 시장에 먼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는 이유다. 모건스탠리는 비행 자동차 관련 시장이 2040년까지 1조5000억달러(약 1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분산전기 기술 활용
자동차업계가 먼저 경쟁의 선두에 섰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IT 기업 등 다른 업체에 공격받았던 업종이다. 이제 모빌리티 지각변동의 근원인 전기동력과 자율주행 기술을 웬만큼 익힌 터다. 모빌리티 혁명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안다. 이들은 모빌리티 전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간주한다. 그러면서 필요한 분야에선 다른 업종의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하려 한다.

플라잉카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고, 수직으로 이· 착륙하는 특성이 있다. 전기차처럼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전기차 제작보다 훨씬 돈이 덜 들며 헬리콥터보다 안전하다. 자율주행은 사람과 다른 차량, 교통신호, 차선을 인식하기 위해 여러 개의 센서와 고도로 훈련된 알고리즘이 필요하지만 자율비행은 하늘에는 장애물은 거의 없고 간단한 레이더로 감지된다.

무엇보다 항공기술 영역과 다른 점은 ‘분산전기 기술’이다. 배터리 하나로 많은 모터들을 구동시킨다. 8개의 모터가 달린 플라잉카가 많다. 하나의 모터가 꺼져도 다른 모터가 지속적으로 구동된다는 점이 기존 항공기와 큰 차이다. 안전과 소음문제도 많이 해결된다. 이런 기술이 저고도로 비행하는 플라잉카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기존 항공기에서 활용하던 지상항법장치나 GPS보다 5세대(5G) 통신 기술에 의존하는 항법시스템도 이점이다.

탄소복합 재료의 혁명 역시 자동차업계에 유리한 부분이다. 탄소섬유의 등장과 함께 차체와 날개 등의 초경량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플라잉카 소재 개발 활발
현재 시험비행에 성공한 플라잉카 업체들은 대부분 2인승에서 시작하고 있다. 플라잉카 수요가 많은 에어택시는 5인승이 기본이다. 장거리를 뛰기 위해선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도 필요하다. GM과 우버, 에어택시 사업을 하려는 업체들도 5인승 중심으로 설계한다. GM은 400마일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초집적 전기배터리를 사용해 도시 항공택시 분야를 탐색하고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차체가 더욱 가볍고 전기동력도 보다 개선돼야 한다.

일본 소재 기업들은 이런 재료를 확보하는 작업에 나선 지 오래다. 도레이는 하늘을 나는 차를 위한 탄소섬유복합재료 개발에 나섰다. 동체의 주날개에 탄소복합재료를 사용해 기체 경량화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모터업계는 초전도를 사용한 모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화학 업체들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훨씬 나은 전고체전지 등을 실용화하려는 것도 플라잉카업계엔 희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장래에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도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이미 제주에서 수소드론의 실증시험을 끝낸 마당이다. 항공 분야에선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향후 수소에너지가 동력으로 자리잡는다면 한국에 유리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과제는 무엇인가
하지만 플라잉카 상용화에 있어 큰 장벽이 존재한다. 기존의 항공과 관련한 복잡한 규제와 일반인들의 두려움이다. 플라잉카는 현재로선 기존 항공법을 적용받게 된다. 현재의 항공 관련 규정들은 고정익 항공기와 회전익 항공기 조항 위주다. 수많은 플라잉카를 관리하려면 항공 교통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자율비행과 관련해서도 마땅한 법이 없다. 결국 언제 플라잉카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술적으로 언제 실현 가능한지가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으로 규제가 많은 환경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오사카와 뉴질랜드 정부가 직접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이 이런 항공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수용하느냐도 과제다.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모빌리티의 전체 패러다임 변혁은 현재진행형이다.
바다도 모빌리티 혁명
韓·日·英 등 조선업계, 자동운항 상용화 추진
해상운송에서도 모빌리티 혁명 추진이 주요 관심사다.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는 자동운항이다. 최근 해운업계에서 투자가 가장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영국 조사기관 클레덴스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자동운항선 시장 규모는 2018년보다 25배 늘어난 788억달러로 전망된다. 이미 영국 롤스로이스는 2018년 단거리 훼리의 자동운항 시험에 성공했다. 노르웨이의 야라인터내셔널은 컨테이너선을 자동운항하기도 했다.

일본도 최근 40개 기업이 공동으로 원격선박 조종시험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자동운항선 실용화를 내걸고 2040년까지 내항선의 절반을 무인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 등 어려움이 많은 수송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관광과 방재 등에도 선박의 자동운항은 도움이 된다.

한국에선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거제조선소 인근 해상에서 무게 300t급 선박을 원격 자율로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시험운항에선 선원이 타지 않은 자율선박이 약 10㎞ 떨어진 목적지를 돌아 안전하게 복귀했다고 한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부터 이 같은 자동운항 선박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사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6년간 160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이 종료되는 2025년 이후에는 레벨4 단계인 완전무인자율운항선박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선다.

해양수산부는 17일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항만 구축사업을 2030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운항선박과 자율주행 트럭, 자동 크레인 등을 이용해 항만으로 컨테이너를 들여오고 내보내는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게 목표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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