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더 좋은 집 어떻게 지을까"…'꿈꾸는 디벨로퍼'

입력 2020-11-17 17:19   수정 2020-11-18 03:18


피데스개발이 2016년 경기 성남시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280가구)의 단지 평면은 20개를 웃돌았다. 여기에 각종 옵션을 고려하면 나올 수 있는 평면 조합이 200개에 달했다. 일반적인 단지는 평면 조합이 많아야 10개 안팎이다. 피데스개발이 이처럼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건 “수요자가 원하는 바를 충실히 반영한 집을 짓자”는 김승배 대표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30여 년간 주택을 공급해온 김 대표는 정춘보 신영 회장, 문주현 엠디엠 회장 등과 함께 국내 ‘1세대 디벨로퍼’로 꼽힌다. 디벨로퍼는 토지 매입, 상품 기획, 시공, 분양, 사후 관리까지 부동산 개발의 전체 과정을 총괄하는 전문가다. 개발업계에서는 사업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늘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바를 찾아나서는 그를 ‘꿈꾸는 디벨로퍼’로 부른다. 그는 지난 3월부터 국내 디벨로퍼 단체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집은 운명이었다”…주택사업 외길
김 대표는 평생을 아파트 공급에 몸담아온 ‘외골수 주택사업가’다. 주택에 대한 그의 관심은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8세이던 1969년 경북 의성에서 서울로 온 가족이 이사를 왔다. 당시 정착했던 양천구 목동 안양천변에는 화재에 취약한 불법 무허가 건축물이 많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친구의 집이 깡그리 불타 없어지는 광경을 봤다고 한다. “그 친구는 쫓겨 가듯이 경기 성남으로 이사갔어요. 좋은 집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주택사업가의 꿈을 좇아 서울대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대우건설에 입사해 20여 년간 근무했다. 대학에 다닐 때나 직장인 시절이나 그의 최고 관심사는 ‘저렴한 비용으로 지을 수 있는 좋은 집’이었다. 대우건설 재직 당시 성과도 많이 냈다. 골프텔, 고급 빌라, 주상복합, 원룸형 오피스텔 등 다양한 종류의 개발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2003년 주택사업담당 이사에 올랐다.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2002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벗어난 데 이어 주택건설 실적 1위 업체로 올라서도록 한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다양한 주거상품을 직접 기획해 만들어보고 싶었다. 2003년 대우건설을 나와 2년 뒤 피데스개발을 창업했다. 투자자와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라틴어로 ‘신뢰’를 뜻하는 ‘피데스(fides)’로 사명을 지었다. 김 대표는 “건설사는 수주 위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공급하는 주택 형태 등에 제약이 많다”며 “디벨로퍼로서 좋은 집을 많이 짓겠다는 어린 시절 꿈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과 현장을 중시하는 CEO
김 대표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기본’이다. 그가 직원들에게 ‘현장중심’ ‘제로베이스’ ‘역발상’ 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현장을 주시하고 제로베이스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반대 관점에서 살펴보면 답이 보일 때가 있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초창기 사업에 실패할 뻔한 경험을 통해 굳어졌다고 한다. 2006년 뛰어든 경기 평택 용죽지구 도시개발 사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사업이 멈춰 서다시피 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다른 사업장에서 번 돈을 쏟아부었다. 13년이 흐른 지난해가 돼서야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 등 3개 단지 1910가구를 모두 입주시킬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시장 상황이 좋아 보인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당할 뻔했다”며 “사전 조사와 수요 예측, 대외 변수의 중요성을 실감했으니 결과적으로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기본을 중시하는 김 대표의 철학은 ‘피데스 프로세스’라는 업무 체계에도 잘 녹아 있다. 피데스개발 직원들은 모든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이 업무 체계를 따라 시장 여건과 소비자 수요를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주택을 공급한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월요포럼’과 ‘금요세미나’를 10년 이상 지속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을 사장의 직감으로 할 경우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있어야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POE(post occupancy evaluation: 거주 후 평가)’ 측정도 피데스개발의 주요 업무 프로세스 중 하나다. 각 사업지에서 입주민 만족도 등을 세밀하게 측정한다. 김 대표는 “모든 사업지의 POE 측정 자료는 차기 사업지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고객 호응도가 낮으면 다음 프로젝트 설계에서 과감히 뺀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책, 큰 틀에서 바라봐야”
11년가량 부동산개발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아온 김 대표는 지난 3월 제5대 회장에 취임했다. 회원사 800여 개를 포함한 국내 4000여 개 개발업체를 대표하고 있다.

김 대표의 최근 관심사는 부동산개발협회 회원사 간 교류와 소통 활성화다. 각 기업의 주택사업 성공 사례 등을 모아 함께 연구하고 때로는 공동사업을 하도록 독려한다. 그는 “부동산개발업 활성화가 민간 주택 공급 증가와 공간가치 향상으로 이어진다”며 “많은 디벨로퍼가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력해야 더 새로운 공간 상품이 나오고 개발업이 지니는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책의 큰 틀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주택 경기도 결국 심리”라며 “과거 노태우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처럼 앞으로 주택을 얼마나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이 먼저 나와주면 세부 정책 수립이 쉬워지고 시장 심리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을 주택 공급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임대주택 등의 공급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전담할 수 있지만 개성있고 고급스러운 주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건 민간 개발업계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정상적인 주택 공급을 저해하는 규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1961년 경북 의성 출생
△성남고,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1983년 대우건설 입사
△2003년 대우건설 주택사업담당 이사
△2005년 피데스개발 대표
△2009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수석부회장
△2020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정연일/김진수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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