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텔방 벌집 대책' 궁리 말고 임대차보호법부터 고쳐야

입력 2020-11-18 17:38   수정 2020-11-19 00:1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텔방 전·월세 공급’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정부가 대책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호텔방 동원’ 얘기를 먼저 꺼낼 정도면 오늘 발표될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 알맹이가 없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만 남발하다 전세대란 해소의 묘수는 찾지 못하는 자충수에 걸린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년간 인구가 줄어든 서울시에서 가구 수는 9만6000가구 늘었다”며 “1인가구의 폭발적 증가에 대비하지 못한 게 정부와 서울시의 패착”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 모자라는 임대주택으로 쓰겠다고 했다. 물론 정부 대책에는 상가나 사무실, 심지어는 아파트형 공장까지 주거용으로 공급하는 안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대증적 방식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호텔당 객실수는 기껏해야 100~300개에 불과하고, 아무리 리모델링하더라도 2인가구 이상이 살기는 힘든 구조다. LH나 서울시는 이미 기존 주택을 사들여 임대를 놓는 식의 ‘매입임대’ 정책을 10년 넘게 시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호텔 객실 등을 추가하는 것일 뿐인데, 이 정도로 시장이 안정될 리 만무하다.

정부의 실책을 인정하는 이 대표조차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시장에서 임대매물이 80%나 줄어든 것은 임대사업자 세금혜택 취소, 무리한 임대차법 강행 때문이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하다. 전·월세는 가수요가 없는 그야말로 실수요 중심 시장인데, 임대차법으로 가격과 기간을 통제하니 임대 매물 자체가 증발해버린 것 아닌가. ‘전세 안정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더니 유흥가 옆 호텔이냐’ ‘벌집 대책 다름 아니다’란 비난이 터져 나와도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지난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7년1개월 만에 최고(0.27%)를 기록하는 등 전세대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발표할 전·월세 대책은 부동산 대책으로는 벌써 24번째다. 시장의 작동원리는 고려치 않고, 매매와 전세시장 모두 꼭꼭 틀어막기만 하니 속수무책인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궁리한다는 게 ‘호텔방 벌집’으로 전세 공급을 늘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공공임대 확충, 민간임대시장 정상화도 중요하지만 전세대란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임대차법 문제를 이제라도 제대로 손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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