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테네 최고 정치가'는 대중에게 아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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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19 17:50   수정 2020-11-20 03:30

[책마을] '아테네 최고 정치가'는 대중에게 아부하지 않았다


“페리클레스는 정치가에게 필요한 자질을 자기 방식으로 정리했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연설하면서 아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견해를 반박하며 설득했다. 이런 것들은 새로 등장하는 연약한 민주 정치체제 지도자에게도 필요한 자질이다.”

민주주의를 창조하고, 정치체제로 채택한 첫 공동체 아테네를 이끈 페리클레스에 대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투기디데스의 평가다. 페리클레스는 개혁가이자 교육가, 외교 전문가이기도 했다.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에서 계층 간 정치적 평등과 개인적 자유를 이룩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아테네의 예술과 철학을 꽃피운 중심 인물이었다. 가장 보잘것없는 하층 계급에도 시민의 덕목을 가르쳤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로 잘 알려진 미국의 고대 사학자 도널드 케이건의《페리클레스》는 페리클레스의 일대기와 그에 맞물린 아테네의 발전을 다뤘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워 시민이 스스로를 다스렸고, 자유로운 개인들이 탁월해지기 위해 노력하던 시대를 이끈 페리클레스의 다층적 면모와 리더십을 조명한다.

저자는 페리클레스를 13가지 키워드로 압축했다. 귀족, 정치가, 민주주의자, 군인, 제국주의자, 피스메이커, 선지자, 교육자, 사적 인간, 경세가, 위기관리자, 전략가, 영웅 등이다.

페리클레스는 유력 가문 출신 귀족이었다. 신분에 걸맞게 고급 교육을 받았고, 가문의 영향력 덕분에 누구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키몬을 비롯한 정적들을 축출한 뒤 젊은 정치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외할아버지인 클레이스테네스가 태동시킨 민주주의를 확장해 ‘완전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확립했다. 페르시아 전쟁 이후 아테네 중심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 간 벌어진 펠로폰네소스 전쟁도 승리로 이끌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쟁의 가능성에 항상 대비하는 전략가였다.

그는 문화를 사랑했다. 철학자 아낙사고라스와 프로타고라스, 문인 소포클레스, 조각가 페이디아스 등 당대 최고의 예술인들과 깊이 교감했다. 천부적인 웅변술은 페리클레스를 더욱 빛나는 리더로 만들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아테네 출신이 아닌 데다 고급 창부 출신인 아스파시아와 결혼했다는 점, 아들들이 페리클레스보다 인성과 실력 등이 뒤떨어졌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작용했지만 ‘위대한 페리클레스’란 이미지를 손상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페리클레스는 귀족 정체에서 지배자로, 전제 정치체제에서 군주로 살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저자는 페리클레스가 민주 정체를 택한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민중 정부를 지지한 가문의 전통을 따랐다. 두 번째는 친구이자 스승인 아낙사고라스가 제공한 민주적 통치 체제의 철학적 토대였다. 세 번째는 페리클레스가 민주주의의 위대한 잠재력을 잘 알아봤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페리클레스는 아테네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대한 나라로 발돋움시키기 위해선 민중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아테네의 안전과 풍요, 권력은 전함의 노를 젓는 하층 계급에 달려 있었다. 그들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기에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오직 소수에게만 시민권을 인정한 다른 체제들은 대다수 민중이 지닌 엄청난 잠재력을 낭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오직 민주주의만이 모든 사람의 에너지가 완전히 발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고, 이 가능성이 페리클레스를 줄곧 굳건한 민주주의자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페리클레스의 사망 이후 그의 공백이 남긴 그림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아테네의 주요 인물들이 페리클레스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며 “그들 중 누구도 당시 시대가 요구했던 리더십 자질을 겸비하고 있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1991년 출간된 이 책은 신세계그룹이 출판사 김영사와 함께 하는 인문학 중흥사업 ‘지식향연’ 덕분에 한국어본으로 국내에 소개될 수 있었다. 지식향연은 신세계그룹이 2014년부터 진행해 온 인문학 프로젝트다. ‘뿌리가 튼튼한 우리말 번역’을 목표로 2017년 독일 대문호 괴테의《이탈리아 여행》, 2018년엔 현재 영국 총리인 보리스 존슨이 쓴 처칠 평전《처칠 팩터》를 펴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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