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영국인의 자긍심 깨운 '100세 노병'

입력 2020-11-19 17:49   수정 2020-11-20 03:3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과 절망 가운데 헤매고 있는 영국인들에게 ‘100세 노인의 도전기’가 커다란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9월 출간돼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가 있는 톰 무어 경의 자서전 《내일은 분명히 더 좋은 날(Tomorrow Will Be A Good Day)》은 평범해 보이는 한 인간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20년생으로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무어 경은 2020년 4월 30월 자신의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왕복 25m 길이의 집 뒷마당을 100번 걸을 테니 성금을 모아 달라”는 자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8년 암 투병과 고관절 수술 당시 자신을 보살펴 줬던 영국 국립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 의료진을 돕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NHS 의료진이 방역물자 부족과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무어 경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보행 보조기구에 의지해 뒷마당 100번 걷기에 도전해 성공했다.


의료진을 돕겠다는 신념으로 시작한 캠페인의 목표 금액은 1000파운드(약 150만원). 하지만 무어 경이 뒷마당 걷기 캠페인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모금액은 7만파운드(약 1억원)를 돌파했고, 한 달 만에 1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총 3890만파운드(약 575억원)가 모금됐다. 100세 노인의 위대한 도전을 응원하며 모인 성금은 NHS 의료진의 휴게실과 코로나19 환자 회복실 마련을 위해 사용됐다. 무어 경은 이 공로로 퇴역 육군 대위에서 ‘명예 대령’으로 임명됐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직접 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내일은 분명히 더 좋은 날》에는 무어 경의 드라마틱한 삶이 소개되고 있다. 요크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2차대전 인도와 미얀마 전선에서 복무하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100세 생일에 ‘영국의 영웅’이 되기까지 지난 100년간의 기나긴 인생 여정이 펼쳐진다. 지금은 병들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인이지만, 그도 한때 꿈 많은 소년이었으며, 용감한 군인이자 탐험가였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는 가장이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이 책은 무어 경의 도전적인 삶을 통해 지난 100년 동안 영국의 위대한 역사에 주목하게 한다. 지금은 비록 짙은 안개와 같은 위기 속에 봉착해 있지만 강인한 민족정신,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념, 그리고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모든 영국인의 정신 속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캡틴 톰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Captain Tom’s Story is Our Story)’라는 광고 문구를 보더라도 책을 통해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영국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대단한 도전으로 가득 찬 지난 세기를 지나오면서 나는 항상 밝은 면을 보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전쟁과 고통, 승리와 비극을 거쳐 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내일은 분명히 더 좋은 날일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듯하다. 100세 노병 톰 무어 경의 감동적인 인생 여정은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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