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는 상품에 대한 투자전망을 ‘가장 선호’에서 ‘중립’으로 내린다. 최근 상품 가격 랠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세에 따른 단기 하방 리스크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다만 원유와 금에 대해선 기존 ‘가장 선호’ 전망을 유지한다.
7월 중순 이후 각 상품시장을 포괄하는 상품지수는 현물 기준 11.8% 올랐다. 총 수익률 기준 상승폭은 9.8%다. 올 4분기 수익률은 5%대다. 이런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UBS가 지금이 대부분 상품에 대해 투자전망을 하향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은 아래 다섯가지 이유 때문이다.
상품시장 전반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중 에너지섹터 이외에 지금 가격 수준 이상으로 큰 상승세를 보일 부문이 많지 않다. 이때문에 대부분 섹터의 상품지수 기여도는 미미할 전망이다. 일부는 소폭 마이너스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시장을 움직인 가장 큰 두 가지는 미국 대선 결과와 코로나19 백신 소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소식은 귀금속을 비롯한 대부분 상품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백신 관련 뉴스가 각 상품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각각인 분위기다. 세계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면서 원유 등 에너지 상품 가격은 반등했다. 기초금속 가격은 백신 뉴스와 함께 중국 거시지표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귀금속시장은 반대다.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가격이 미끄러졌다. 한편 농산물과 축산물 시장은 대부분 남반구의 악천후 등 부문별 특정 요인에 영향을 더 받고 있다.
특히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해 수요 단기 리스크가 있다. 이동 제한 조치가 퍼지면 석유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가 하락세이긴 하지만, 이는 OPEC+ 감산에 의한 인위적 결과다. 여기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전되고 있다는 뉴스나 아시아를 필두로 한 신흥시장 수요 개선이 그나마 수요 타격을 상쇄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추가 이동제한 조치가 나오면 OPEC+가 더 큰 폭으로 감산해야 수급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감산을 기존 계획인 내년 1월21일까지보다 몇달 더 연장해야 할 수도 있다.
UBS가 내년 중국의 상품 수요가 적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품 수요 증가세는 상당히 한정적일 것으로 본다. 중국 현지에선 재고가 증가하고 있고, 중국 성장 모멘텀도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을 전망이라서다. 특히 인프라와 주택 등 건설활동은 올 하반기보다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수입량만 봐도 중국에선 그간 중국 내 공급망 전반적으로 기초금속 재고가 조금씩 쌓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내년 수입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수요가 둔화되면 상품 시장은 미국과 유럽 수요 의존도가 좀더 높아진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선 코로나19 재확산세가 한창이다. UBS는 이같은 이유에서도 올초 상품시장이 일부 후퇴할 것으로 판단한다.
공급 증가세도 따져봐야 한다. 니켈, 아연, 알루미늄 등의 경우엔 공급량 증가폭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UBS는 내년엔 알루미늄과 니켈의 경우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연과 납은 시장 수급이 대략 맞을 전망이다.
농산물 섹터 상승세를 더 높일 수 있는 일도 남아있다. 미국과 남미에선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 라니냐가 발생할 것으로 예보햇다. 일반적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면 미국과 남미 등에서 평년보다 더 건조하고 더운 기후가 지속된다. 이로 인해 오는 12월 말과 내년 1월 초엔 남미산 농산물 작황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내년엔 농산물 공급량이 늘 전망이다. 농산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내년에 더 많은 식재 활동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UBS는 이때문에 내년엔 농산물 시장이 다시 공급 과잉상태로 바뀔 것으로 본다.
최근 농산물 각 상품 선물시장에선 매수 포지션을 택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라니냐 등 악천후가 현실화되지 않는 한 이런 포지션은 내년 상반기 수익을 내지 못할 위험이 있다.
단기적으로 가격 상방 잠재력과 하방 리스크가 비슷한 경우, '상품가격이 다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매수 포지션을 잡기엔 충분치 않은 근거다.
상품 선물거래에 따르는 롤오버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UBS는 상품 포지션을 늘릴 때 시간이 투자자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격이 지수 상승세 정도로만 오른다면 투자자가 얻을 총 수익률은 거의 의미없는 정도가 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할 때 UBS는 투자자들이 현재 상품시장에 진입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UBS는 원유나 금에 대해선 여전히 ‘가장 선호’ 관점을 유지한다. 원유는 2021년 2분기까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은 2021년 1분기에 일시 반등세를 보일 전망이다.
원유의 경우엔 단기적으로 공급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내년 상승 잠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본다. 내년 코로나19 백신이 나와 널리 보급된다면 이동제한 조치가 대폭 완화될 것이고, 원유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라서다.
UBS는 이같은 움직임이 내년 2분기 초부터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5~60달러선에도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금의 경우엔 수익률이 매우 높을 것이라기보다는 단기적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투자 측면에서 금값의 근본 동인 중 하나가 미국의 통화정책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타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수용적인 통화정책’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 UBS가 여전히 금에 대해 마지막으로 가격이 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저금리에도 한계가 있다. 실질금리 기대치는 10년 기준에서 -1%~-1.2% 이하로 내려가긴 힘들다. 이는 궁극적으로 금과 은 상승세에도 제한을 걸 것이다. 이같은 제한은 산업용 수요 비중이 높은 은보다는 금에 더 많이 적용된다. UBS는 금과 은이 내년 말까지 각각 트로이온스당 1850달러, 23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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