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毛遂自薦(모수자천)

입력 2020-11-23 09:00  


▶ 한자풀이
毛: 털 모
遂: 드디어 수
自: 스스로 자
薦: 천거할 천


모수가 스스로를 천거했다는 뜻으로
부끄러움 없이 자기를 내세움을 빗댐-<사기(史記)>


전국시대 진(秦)나라가 조(趙)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왕은 평원군을 초나라에 보내 합종을 맺어 진나라 군사를 격퇴시키고자 했다. 평원군은 문하에 출입하는 식객 중 20명을 뽑아 같이 가려고 했는데, 19명을 선발하고 적당한 사람이 없어 한 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때 식객 중에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스스로 자기가 끼기를 청하였다(毛遂自薦).

그를 보고 평원군이 물었다. “당신은 내게로 와 몇 년이나 되었소?” “3년쯤 되었습니다.” 평원군이 다시 물었다. “대체로 현인이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가만히 있어도 드러나는 법인데, 3년 동안 나는 당신에 관한 말을 들은 적이 없구려.” 모수가 되받았다. “그러니 이제 주머니에 넣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결국 평원군은 모수를 데리고 초나라로 갔다.

초왕과의 회담에서 식객 19명이 모두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평원군은 마침내 모수에게 방안을 물었다. 그러자 모수는 칼을 빼어든 채 초왕의 면전으로 나아가 말했다. “당신은 수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지금 당신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은(殷)의 탕왕이나 주(周)의 문왕이 패업을 이룬 것은 군사가 많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지금 초나라는 땅이 비옥하고 군사도 많지만 진나라 군사에게 종묘를 위협받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합종은 초나라도 위한 것이지 조나라만 위한 것은 아닙니다.” 초왕은 모수의 말이 일리 있다 싶어 합종에 동의했다. 조나라로 돌아온 평원군은 이후 모수를 상객(上客)으로 모시고 후하게 대접했다.

<사기(史記)> ‘평원군열전(平原君列傳)’에 나오는 얘기로, 본래 모수자천(毛遂自薦)은 어려운 일을 당해 스스로 그 일을 맡고 나선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나, 차츰 뜻이 변질되어 일의 앞뒤도 모르고 나서는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 긍정적 의미가 부정적 의미로 바뀐 셈이다. ‘주머니 속 송곳’을 의미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는 뛰어난 능력과 재주는 숨기려 해도 절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세상은 눈이 밝다. 내가 갈고 닦으면 그 반짝임을 언젠가는 반드시 알아본다.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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